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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언니 Jan 01. 2023

뉴질랜드에선 골프치고 소고기를 먹자

로토루아를 떠나 타우포로 향하다

아쉬움을 남기며 로토루아를 출발해 1시간 달려 타우포호수로 향했다. 뉴질랜드 최대규모의 호수이다.


남섬의 퀸즈타운을 연상시키는 호수마을이다.  퀸즈타운이 젊은이들의 왁자지껄한 도시라면 타우포는 가족위주의 관광지다. 호수를 둘러싸고 콘도미니엄, 쇼핑센터,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호수 위에는 해상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킨로치 농가의 우두머리 숫염소

타우포 근처 킨로치의 한 농가에 짐을 풀었다. 파란색 물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내는 후카폭포를 보고 화산지대를 걸었다. 로토루아와 같이 여기저기 땅속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타우포 지역이다.


마침 숙소인근에 퍼블릭 골프장이 있어 두어 시간 골프를 즐기며 보낼 수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 자리한 골프장은 특이하게 10홀이다.


라운딩 피는 일인당 20불, 그러니까 16,000원이다. 두 명이 골프채 한 개 빌리고 카트하나 빌리니 총 60불이다. 그런데 현금결제만 가능하단다.

타우포 지역의 골프장

현금이 35불밖에 없어서 돌아서 나오려는데 마침 오두막 수준의 클럽하우스에서 쉬고 있던 동네 할배 두 분이 그냥 35불만 내고 치라고 하신다. 골프공도 주시고 부러진 골프티도 주신다.


여긴 관리인이 따로 없다. honesty box라는 곳에 돈을 넣고 라운딩을 하면 된다. 진정한 신용사회인가?


타우포에서는 호수 주변과 화산지대를 트래킹 하고 여기저기 숨어있는 포레스트 트래킹을 즐겼다.


좀 더 젊었으면 두어 시간 거리의 화산인 퉁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에 도전했을 텐데, 20킬로를 걸을 자신이 없어 포기!  호수 너머 눈 덮인 희미한 산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타우포호수 근처에서 3일을 지내고 내일 오클랜드로 출발한다. 직접 해 먹는 마지막 저녁은 뉴질랜드 소고기로 선택했다. 그러니까 여행 내내 머리 박고 풀 뜯던 그 흑소들이다.

백퍼센트 풀만 먹은 뉴질랜드 소고기

백 퍼센트 풀만 먹은 소고기다. 아니 여긴 풀 말고 사료를 먹이는게 더 어렵겠다. 지방이 적고 완전 맛있다. 여기 와서 양고기만 먹을 생각을 했지 왜 이렇게 질 좋은 소고기 먹을 생각을 못했을까? 삼 일 전 먼저 서울로 출발한 친구들과 함께 먹지 못해 미안할 지경이다.


농가에서 바라본 하늘에는 삼태성과 오리온자리가 선명하다. 은하수도 희미하게 흩뿌려져 있다. 이제 여행이 끝나간다.


뉴질랜드.  참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곳이다. 또 오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다.


27년전 주저하지 말고 이곳으로의 이민을 선택했어도 괜찮았겠다.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그리고 숨넘어가는 직장인으로써 뭔가 돌아 볼 틈없이 살아낸 것보다 예서 슴슴하게 사는것도 썩 괞찮았겠다.  


후에 알아보니 인구밀도 높은(?, 우리수준에서는 전혀 높지 않다만) 북섬에서 남섬으로 이주하면 꽤 큰 폭의 정부지원이 있단다. 남섬에 정착했으면 배곯지 않고, 양치고 트래킹하고 소고기 먹고 긴하루를 석양으로 마무리하며 잘 살았겠다. 뭐든 못해본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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