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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나루 Dec 15. 2021

부종(浮腫)과 비만(肥滿)

병의 증상 또는 약의 부작용.

키 161cm에 몸무게 평균 46kg.


아이를 낳기 전에는 잔근육이 많은 마른 몸을 유지하며 43kg을 넘어가지 않았었다. 딸을 낳고 모유수유를 할 때를 제외하곤 한 번도 50kg 이하 몸무게를 지키지 못한 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고 많이 아파지기 전까지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항상 50kg이 넘지 않는 근육이 있는 몸을 유지하려고 름 조절하며 살아왔다. (그렇다고 대단한 운동을 한 건 아닙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로 하지 않아도 항상 근육의 비율이 높은 몸이었고 집에서 한강이 가까워 아침, 저녁으로 빠르게 걷기를 즐겨했었어요.)

사실 몸무게는 지키려고 노력했다기보다 그저 그냥 항상 당연하다 여기며 살았던 것 중의 하나였다. 그 방면에 있어 평생을 다이어트에 목숨 걸 듯 매달리며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운이 좋은 편이었다. (사실 딱히 그렇지 만도 않은 게 딸아이가 돌 무렵부터 7살 넘어까지 호흡기 질환이 너무 심해 항생제를 장기 복용했고 그 후유증으로 비만세포가 늘어나 오랫동안 몸무게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그 운 좋음은 베체트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프기 시작하던 초기엔 여름에는 본래 몸무게를 지키고 있다가 겨울이 되면 5~6kg이 늘어나는 패턴이 몇 년간 이어졌다. 여름만 되면 다시 살이 빠졌기 때문에 겨울 옷이 불편했어도 '내가 조금 덜 먹으면 되겠지.'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되면 괜찮아질 거야.' '몸이 덜 아파지면 열심히 운동해야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금세 옛날처럼 슬림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몸 더 나아지지 않았고 운동을 조금 할 수 있어도 몸무게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부턴가는 겨울에 늘어나는 몸무게의 숫자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반대로 여름에 몸무게가 빠지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겨울 옷의 사이즈를 변경해 구매해야 만 했다. 평생 44 사이즈만 입을 것 같던 내가 55 사이즈를 훌쩍 넘어서 66 사이즈를 라보기 시작했을 땐 다시는 살을 빼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약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어리석은 짓을 벌이기도 했었다. 물론 내게 돌아온 대가는 혹독했다.


병이 늘어나고 먹는 약이 많아진다는 건 예쁘고 날씬하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아니 그저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마음을 무참하게 짓밟는 힘겹고 러운 일이었다.




깊어진 병의 후유증으로 합병증이 늘어나고 늘어난 합병증과 새로 앓게 된 병에 처방된 독한 약들로 인한 부작용으로 아예 <체중 증가>라는 항목이 들어가 있게 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RPS를 확진받고 여러 가지 동반되는 합병증과 망가진 면역체계로 여타의 다른 병들도 함께 찾아들기 시작하면서   


"아휴. 얼굴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몸이 좀 나으셨나 보다. 다행이에요"


라며 생뚱맞은 말들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악의가 없다는 것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  건넨 말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깊어지는 병세에 내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나는 점점 아파지고 있는데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해대는 사람들에게


"아뇨! 저 많이 아파요. 처음보다 더 많이 아파졌고 점점 더 많이 아파질 거래요. 죽을 때까지 죽도록 아플 거래요. 도대체 제 어디가 그렇게 좋아 보이는데요? 눈이 제대로 보이기는 하신 거예요?"


라며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베체트,
혈관성 두통, 섬유 근육 통증, 자율신경 실조증, 해리성 기억상실, 우울증, 불면증, 불안장애, 역류성 식도염, 위염, 부정맥, 목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중성지방, 고지혈,  베체트 장염, 뇌 동맥류

이런 여러 가지 병들과 이 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독한 약들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심한 부종(浮腫)있는 데다 그 부종이 빠지지 않고 그대로 살이 쪄버린 모습을 보고 혈색이 좋아지고 병이 나아지고 있다고 착각시는 분들도 있고 부종이 있는 걸 아시고는 위로의 마음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내가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나게도.


가라앉지 않는 부종은 결국엔 독한 약과 함께 내 몸에 쌓여 일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몸무게로 변해 나 스스로를 버겁게 하고 숨차게 하고 짓누르고 절망스럽게 만들었다. 아이를 낳았을 때도 트지 않았던 배와 허벅지 살이 트고 맞는 옷이 하나도 없어 패셔니스타 소리를 들으며 유행을 넘어서 나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던 내가 헐렁한 고무줄 바지에 튀어나온 배를 가릴 수 있기만 하면 땡큐를 외칠 자루 같은 티셔츠 아니면 입을 수가 없게 되었다.

가보로 대를 물릴 수도 있을 만큼 예뻤던 옷은 모두 '홍당무' 시장행 이 되고 말았다.

병들고 나이 들어가며 변하는 내 모습에 슬픔을 넘어서 비애를 느끼고 추하다 여기게 .

무어라 대꾸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수많은 순간들이 내게 있었고 앞으로 있을 것이다.


병은 여러 가지 다른 얼굴로 나를 무너뜨리고 상처 주며 지치게 만들려 애쓰는 인생의 고난 중의 가장 어렵고 힘겨운 재앙이다.


44 사이즈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언제까지나 팽팽한 피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나이에 맞게 적당한 정도의 주름살과 흰머리를 조금씩 보태고 항상 하던 대로의 운동 속에 근력운동을 좀 보태 노후에 대비하고 자연스러운 노화와 적당히 먹을 것을 탐하지 않고 즐겨 비만이 아닌 준비되어 있는 건강이 있는 몸을 바랄 뿐이다. 흘러가는 시간과 흐름을 막을 수가 있을까? 병에 걸려 그 자연스러움을 잃고 망가져 버린 내 모습이 안타까워 부린 잠시의 투정과 어리광이 었음을 읽어주신 분들이 이미 알아주셨으리라 믿는다.


아직도 다행히 크게 건강을 잃지 않고 그만그만하게 유지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꼭! 눈여겨보셨으면 좋겠다.

부디 스트레스 관리 철저히 하시고(스트레스가 만병의 원)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중히 여기시고 많이 사랑하시고 (내가 바로서야 가정도 바로 서고 회사도 나라도 바로 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마시기를 !!)  나서 함께 사는 동거인들과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행복임을 잊지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인생은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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