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장 지경(換腸地境)

응급실

by 강나루

기약 없는 기다림.... 기다림에 지쳐 접수대의 직원과 다툼을 벌이는 보호자의 절박함이 담긴 고함 소리, 언제였어도 느닷없을 이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밖을 서성이며 눈물짓고 있는 한 무리의 가족들, 구급차를 타고 왔음에도 골든 타임을 지켜야 하는 환자가 아니라면 그 상태로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환자들, 어디가 아픈지 알지 못하지만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늦은 밤 시간에 응급실 앞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끊어질 듯 아픈 배를 부여잡고 루에 20번이 넘도록 열흘이 가까이 설사를 하던 나 역시 5시간 넘도록 대기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응꼬 바깥으로 탈출을 꿈꾸는 빠삐똥이 선사하는 식은땀에 탈수가 심해 격통이 심해진 몸은 오한까지 피처링되고 있었다.

코로나가 바꾼 응급실의 풍경이다.

아무리 다급하고 위중해 보이는 환자라도 코로나 증상과 겹치는 증상이 한 가지라도 있는 경우에는 격리 병동에 자리가 나올 때까지 무조건 응급실 바깥에서 몇 시간이고 무한 대기를 해야만 한다.




1차 코로나 백신을 맞(21.8.17) 열흘이 채 지나기 전에 대장 내시경 사를 하고 검사 당시에는 용종 이라거나 심한 염증이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한 상태였다.

저의 대장 내시경 사진입니다.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찍어 왔습니다^^.

그리고 대장내시경을 한지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그리고 코로나 1차 백신을 맞은 지 35일 만에) 응꼬에 열상을 입을 정도로 심한 설사를 동반한 대장염에 걸리게 됐고 그 염증은 맹장으로도 옮겨 붙어 한 달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다.


명절 연휴를 앞둔 전날 새벽 응급실은 흡사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21.9.19)

입원을 세 번 하고 두 번째 찾은 응급실에서 코로나 검사를 더해 올해에 만 다섯 번의 코로나 검사를 해야 했다. 결과는 항상 음성일 걸 알고 있었지만 내가 안다고 피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란 건 나도 알고 검사자들도 알고 마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응급실의 만행!!-손등의 손가락 사이의 제일 연하고 아픈 부위에 놓은 주사.


1차 백신의 부작용?이라 생각했던 대장염이 완치되기도 전에 2차 백신을 맞아야 하는 날이 찾아왔다.

대장염의 증세가 아직 남아 있기도 한 상태였고 후유증으로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면역력 자체도 너무 많이 감소되어 가능하다면 백신 맞는 날짜를 미루고 싶은 마음에 보건소에 문의했지만 백신 접종 초기, 백신이 부족했던 시기에 접종 가능한 날짜를 임의로 6주로 벌려 놓았기 때문에 지금 2차를 맞지 않으면 다시 1,2차 접종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너무 아찔해 순간 오줌을 지릴 뻔했다.


혹시나 또 장에 염증이 생길까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재수가 없을까?' 하는 마음에 불안함을 감추고 2차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기로 맘먹었고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난 '설마 그렇게까지 재수가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12일이 지난 후인 2021년 10월 10일에 대장염이 재발했다.

이때부터 다시 응급실을 방문하게 된 10월 24일까지 14일 동안 하루에 20번이 넘도록 심한 설사와 극심한 복통, 탈수로 인한 몸의 격통, 두통, 몸살 통.... 그리고 응꼬의 심한 화상, 열상... 그리고 출혈. 난 항상 응꼬는 만개하기 직전의 수줍은 꽃 송이나 새 순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항상 그런 상태의 응꼬를 너무 사랑했는데 이때의 응꼬는 활짝 만개한 한 여름의 붉은 장미였다. 억센 가시가 곳곳에 숨어 있는 붉다 못해 몸서리치게 검은 장미.


다시 응급실 앞에서 기나 긴 기다림을 겪고 다시 코가 뚫리는 아픔을 또 한 번 경험하고(올해 들어 여섯 번째 코로나 검사. 음성 판정받았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 후에 수액과 진경제를 맞고 모르핀과 네포팜을 링거로 맞았다.


24일 늦은 밤에 검사한 코로나 결과입니다. 이름과 등록번호 일부는 삭제했어요^^.


항생제와 항균제를 한 아름 받아 들고 응급실을 퇴원했고 이제 3일째의 밤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백신을 맞고 시작된 대장염이 한 달 하고도 열흘에서 하루 모자란 오늘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됐다.

간신히 눈만 떴다 감는 시간을 보내느라 또 한 번 나를 간병하는 딸의 마음에 큰 구멍을 내고 말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쏟아내기만 하는 통에 그토록 갈망하던 다이어트도 소원 성취하게 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빠졌으면 하는 배는 올챙이처럼 남아 있고 평생 자랑?이었던 터미네이터 같은 팔, 다리의 근육이 손실을 입었다. 그래서 원치 않게 CRPS로 불편한 왼쪽 다리에 문제가 생겼다

다시 걸을 수 있을지 검사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 가지 병을 한꺼번에 앓으면서 응급실을 피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당장 CRPS통증이 심해지거나 자율신경 실조증의 기절 증상으로 머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골절, 타박상 등으로 병원을 이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능한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성공한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응급실은 환장 지경(換腸地境-마음이나 행동 따위가 비정상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나 정도)가니이다. 비극적이고 슬픈 인생의 축소판이 모여 들끓는 악다구니의 현장이다.


오늘도 삶의 귀퉁이를 붙잡고 최선을 다하는 환자분들, 가족분들, 의료진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경의를 보내드린다.


그들의 최선이 최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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