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평범함: 평범한 게 어때서
평범함에 대한 고찰
예전에 교육을 함께 받았던 타 본부에 부장님께서 찾아오셨다. 나한테 물어볼 게 있다고, 밥 한 끼 하자고 하셨었다. 매일같이 민원에, 나의 일정을 나도 모르는 요즘, 밥 약속도 못 지키고 이렇게 먼 곳까지 걸음을 하시게 했다. 근데 솔직히 궁금했다. 도대체 무얼 물어보시려고 굳이 그 먼길을 오셔서 밥을 사주시겠다고 하시는 건지. 나만 알고 있는 특별한 게 뭘까? 진실로 궁금했다.
부장님 질문은 너무 간단했다. 교육 중에 내가 말했던 깨달음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셨단다. 무슨 교육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만, 답변을 하다가 난 깨달은 바가 있다고 한 것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말씀드렸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것이 나의 깨달음이었다고. 거창하고 멀리 있는 진리를 찾거나 욕망을 채우고자 함이 아닌, 그저 주말 남편과의 산책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나의 깨달음이라고 말씀드렸다. 부장님이 기대하셨던 답변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먼 길 걸음 하신 보람이 있으셨는지 죄송한 마음뿐이다.
친구들과 대화 중에 일화가 있었다. 친구들도 아이들이 크다 보니 교육에 서로 관심이 많았다. 그날도 아이들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 친구가 말했다. 정말 뛰어난 아이를 알고 있는데 그 부모가 집에서 아이 수준에 맞추어 대안교육을 하고 있다고, 학교는 검정고시로 졸업할 거라 했다. 다소 부러워하는 눈빛에 좀 당황했다. 아이의 뛰어남을 부러워하는 것이겠지? 생각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학교가 학습을 위해서만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친구와 사귀고 사회를 배우러 다니는 목적도 있다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닐까? 까지 말을 잇지 못했는데, 그 친구 대답이 더 충격이었다. “넌 평범해서 그래.. 우리들은 평범하니까 그런 생각 하는 거라고.”
그 사람들은 뭐가 평범하지 않는 건지, 어떤 삶이 평범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왜 평범하다는 것이 그저 그런 것 같은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이조차 나의 편견이라 해도 좋다. 난 평범한 사람이고, 나의 평범함이 좋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현재 삶에 굉장히 만족하며 산다. 인간이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공감하고 서로 어울려 살 수 있는 것, 나에겐 그런 가치가 더 중요하다. 그런 사회 속 일원으로 건강한 사고와 건강한 마음을 갖게 키우는 게, 더 중요한 부모의 의무이자 도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 해도, 친구와 수학여행, 소풍, 운동회 같은 소소한, 아니 그런 평범한 추억조차 없는 아이가 나중에 자라서 행복할까? 무엇을 위해서 일까? 왜 그렇게 특별해지고 싶은 걸까? 다 먹고, 자고, 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잘 모르겠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데, 곧 20살이 넘으면 성인으로 살아갈 텐데, 아이도 그 특별한 교육을 원했을까? 먼 자신의 미래를 보고? 난 평범한 사람이라 모르겠다. 왜 평범의 가치가 그렇게 추락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심으로 나의 아이들은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대학을 나와 직업을 갖고 소소한 취미로 행복을 느끼며, 아이를 키우고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대학이 아니어도 중소기업에 다녀도 좋다. 그저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사는 건강한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부모는 아이 곁을 언젠가 떠난다. 아이의 삶은 순전히 아이의 몫이다. 그래서 내가 아이에게 전해주고픈 유산은 어른이 되었을 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이다. 인간이 인간의 향기를 뿜는 그런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이것이 평범한 내가 성찰한 평범함에 대한 깨달음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이. 소소하게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아는 그런 아이. 세상의 큰 파도를 잘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갖은 아이. 이 정도 평범한 아이로 키워내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찬 엄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알게 된다. 사고 없이 온 가족이 건강한, 그런 무탈함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가정이 평범하게 유지되기 위해 온 가족이 외줄을 타는 것 마냥 얼마나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가족 모두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어렵고 고단한 평범에 대하여, 오늘도 평범하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 나, 절대로 특별하게 살고 싶지 않다. 지금만으로도 정말 벅차게 감사하고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