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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 Mar 13. 2024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사람(2)

그 남자, 가우디

안토니 가우디에게 보내는 편지


가우디씨.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엘마스노우 해변에서 쓴 일기를 보고 내가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게 맞구나 했어요.

새해맞이의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손님맞이와 남인도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제가 그렇게 만나고 싶던 사람 바로 가우디 당신이었는데 말이에요.


사실 바르셀로나는 생각도 않고 있다가 가우디라는 말에 가슴이 뛰었어요.

나는 당신을 본적도 없고 당신이 남긴 흔적만 볼 뿐인데도 말이에요.

구엘 공원을 거닐면서 가우디 당신을 떠올렸어요. 돌다리의 구부러진 모양새와 그 색감을 보며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느껴보려고 애썼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걷고 노래하는 공원이 된 이곳에서 당신은 어떤 공간을 꿈꾸었을까 하고요.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은 참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속에 어우러져 노래하는 사람들, 악기 연주에 심취한 연주자들. 그리고 당신이 만든 타일 조각 의자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비록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쓰임을 하고 있는 구엘공원이었지만 그 자체로 멋졌어요.

자연스러움을 만끽하고 공원을 내려와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갔어요.

시내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더라고요.

성당 앞에 도착할 무렵에 맥도널드 건물이 보였어요.

너무 추워서 거기서 커피라도 한잔할까 했는데, 곧 해가 질것 같아 바로 성당 앞으로 갔어요.

아직도 후회되는 건 성당 내부 공간 관람표를 미리 끊지 않았던 거예요.

추운 날 코가 빨개지도록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앞에서 건물 외벽을 바라보았어요.

예수 탄생의 모습과 여러 성경 속 모습들을 섬세히도 묘사했더라고요. 왜 그랬나요?

궁금해졌어요. 한참을 바라보다. 가우디 그 남자는 왜 성당 벽에 저렇게도 공을 들였을까 하고요.

예수의 제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도 기록하고 싶었을까?

건축물의 형태로 기록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싶었을까?


당신이 더 궁금해 지네요.

아부다비로 돌아오는 길에 가우디를 연구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봤어요.

당신의 건축 기록 노트인 '장식'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건축과 예술, 신과 영성으로 이어지는 그 세계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가우디 당신은 내게 끊임없는 퀘스천 마크를  던지네요.

삶의 화두와 맞닥뜨리는 이 퀘스천 마크를 나는 어떻게 정돈해 갈까요?

바르셀로나 가우디가 던진 질문들이 한동안 제 머릿속을 맴돌듯해요.

질문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거랬죠? 당신은 죽고 건물은 세상에 남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구엘공원에서도 당신은 살아있었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서도 당신은 살아서 내게 질문을 던졌어요.

살아 숨이는 가우디.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가우디 당신을 곧 다시 만나러 갈게요.

그때에는 나도 실수 없이 인터넷 예약 잘 할게요.

성당 밖 말고, 실내에서 만나요. 거기서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어보지요.

몬세라트 이야기는 그 때 자세히 들려주세요.

곧 다시 만나요. 안토니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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