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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마 Feb 28. 2022

착각과 기적의 차이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만의 기적이 있다

각자 재능이 없는 일이 있습니다. 수학, 과학 문제가 눈앞에 놓인 고3 때처럼 1문제로 갈리는 나와 옆사람의 차이. 1등급으로 등수가 매겨지는 절박한 시절에, 밤을 새우며 공부를 하지만 결국 오르지 않는 시험 점수는 세상에 기적 따위 없다는 현실을 느끼기에 충분한 계기를 줍니다.



포기한 게 아니라 포기당한 것이 더 말이 되는 삶. 세상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 나와 수학공식처럼 이렇게 안 맞는 게 있을까. 각자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지. 나만의 노하우로 쌓인 우울감을 해방감으로 바꾸는 것을 수학공식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공식에 숫자만 넣으라고, 정해진 틀 안에 대입하고 응용하라는 말은 마법의 주문처럼 나에겐 먼 이야기일 뿐이죠.



반복되는 한숨과 함께 꾸역꾸역 수능을 거치고 나름 현실을 버텨내 어느덧 대학을 졸업할 즈음. 여전히 사회는 정해진 틀 안에 나를 대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깨닫습니다. 마치 객관식 문제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놓인 질문의 답은 5개 이내로 정해져 있네요. 보기 안의 답이 없으면 이미 틀린 사람이 되는 것처럼 모두가 원하는 인간상, 인재상이라는 것은 대부분 닮아 있었습니다.



평범함을 몸에 두른 나에 비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 간에 내가 노력했던 것들이 볼품없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수학 따위 잘하지 않아도 노력으로 내 인생을 만회할 것이라는 착각.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서 죽을 듯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믿음. 'F'를 맞은 내 인생도 대학 졸업 후에는 사회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이어지는 순간. 현실에 다시 실망하고, 싫증으로 바뀌고, 볼품없는 빈손을 바라보며, 아무런 이유 없이 사소한 거슬림이 서로 얽혀낸 내면의 다툼을 계속합니다.



다른 이들과 나의 차이를 알게 될 때, 아직 보잘것없는 나의 모습이 초라하기만 할 때, 스스로가 백조인 것을 깨닫지 못한 미운 오리 새끼라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진흙 같은 현실에서 날아오르기 전인 백조의 모습을 기대하며 곧 날갯짓할 수 있을 거라고.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들 합니다. 각자의 속도로 끊임없이 골을 향해 달려가지만, 재능 또는 노력의 차이로 순위가 갈리고 말죠. 그렇지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1등이 제일 빛나는 경쟁이지만, 늦더라도 완주하는 사람들에게 손뼉 치는 레이스라는 것을.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 포기가 눈앞에 아른거릴 때, 1등을 생각하지 말고 완주라는 '성공'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스스로 바라봅니다. 시작도 전에 달리길 주저하는 사람이 되지 않길. 이기고 지는 승부의 결과로 스스로를 저울질하고 판단하지 않길. 그리고 1등이라는 족쇄에 매여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정의 내리지 않길.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만의 기적'이 있습니다.


'백조'라는 똑같은 이상형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상형은 하나의 꿈꾸는 모습 정도일 뿐, 각자는 각자의 모습에서 가장 바람직한 '나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 똑같이 고민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이루고 스스로 이 삶을 행복을 정의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이라고 전 믿습니다.



기적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그런 마음의 레이스라고 정의해 봅니다. 새로 틔우기 위해 끝을 보고야 마는 씨앗처럼, 무관심한 낙관이 아니라 모두가 치열한 자신만의 '긍정'으로 레이스의 마지막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달리는 코스에서 숨이 차 헐떡일 때 잠시 걷더라도 포기하지는 말길.


'실패'라는 두려움으로 머릿속을 사로잡기보다는 매일매일의 작은 '성공'으로 스스로를 응원할 수 있는, 보통 사람만의 기적이 있음을 믿어보는 시간. 그런 하루의 긍정을 나에게 또 배팅해 봅니다.


적어도 우리는 각자가 완주할 레이스, 이야기에 한해서는 '주인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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