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적당함이란
어른이 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정리할 줄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찾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듯합니다. 서른 살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인간관계의 적절한 거리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네요.
일상에서, 사무실에서, 때로는 데이트에서 사람을 만나는 맥락과 상황은 너무도 다양했고, 그래서 모든 관계를 이론적 체계처럼 정리해놓은 게 있다면 꼭 사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곤 합니다.
관계의 벽은 사람과 상황마다 다르고, 각자의 적절한 거리를 찾고 또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도 모두 달랐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와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면서도 어느 누군가와는 돌이킬 수 없이 뒤틀린 관계를 실감하고 말죠.
그러는 와중에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무거워지고 나면 감정에도 무뎌지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벽을 허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거리를 지키며 서운해하는 상대에게 이 거리가 적절하다고 변명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친구'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각자의 신념이 상충할 때 수습하는 방법 또한 잘 몰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 실망하게 되는 일 모두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속을 모두 드러내는 것에 조심스럽게 됩니다.
사회에서 첫발을 내디딘 뒤 만나는 사람 몇몇과는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기억 또는 가장 추한 기억을 나누게 됩니다. 어제까지 나에게 엄청 큰 감동이었던 사람이 오늘의 상처가 되고, 내일은 아물어 가는 흉터가 되는 일상. 이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하죠.
하루 24시간, 1년 8,760시간이라는 이생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크고 작은 관계를 만들게 됩니다. 컴퓨터처럼 백업과 포맷을 끝도 없이 할 수 없는 만남의 일상은 사실 조금 버겁긴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멀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관계에 매달리고 분노하며 오랫동안 아파하기보다는 관계의 실패가 있고, 되돌릴 수 없다면 이를 인정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매번 관계에서 허우적대는 일은 조금 귀찮으니까.
남들과의 적절한 거리를 평생 진단할 수도 없고 판단할 수도 없으니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편하게 느끼는 거리를 먼저 알자고. 남들에게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조금 느슨하게, 신경을 끌 용기를 실천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