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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마 Sep 14. 2022

인생이라는 카드 뭉치

'긍정'이라는 밑장 빼기


인생에서 유난히 안 풀리는 한 해가 있습니다. 우연인지, 그게 운명인지 몰라도 행운이라는 글자는 내 인생노트에 전혀 쓰이지 않는 단어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죠.



집 안의 천장마저 슬프다.


하루하루 겨우 쌓아 올린 자존감은 언제 있었냐는 듯이 사라지고, 열등감과 수치심만이 남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인생은 하나의 카드 뭉치처럼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고 하지만 내 카드 뭉치는 왜인지 꽝만 나올 때, 아무리 허우적대도 빠져나갈 수 없는 울타리에 갇힌 기분이랄까.


누군가에게 속 얘기를 털어놓거나 교양 관련 책을 읽어봐도 잠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해서 시원하긴 하지만, 결국 집에 돌아오면 똑같은 공간, 그리고 천장.



잘 알지도 못하는 인생들이 각각의 카드 뭉치 라면 내 인생의 에이스는 제일 밑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 풀릴 때가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카드가 있다면 밑장 빼기 방법이라도 알아두면 좋았을 걸.



때때로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알려주는 게 과연 가능한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아무런 책임 없이 남의 인생에 대해 뻔뻔하게 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결국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TV로 보는 사주 혹은 점을 보는 내용은 생각보다 용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정해진 결말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주어진 운명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나.



내 인생에 불행이라는 카드는 몇 장이 있는 건지. 내가 베팅을 걸만한 순간의 최고의 카드는 언제쯤 뽑히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매번 뽑는 카드가 꽝일 때마다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인생의 클라이맥스 따위 없다고 믿는, 어쩌면 내 인생을 모두 불행으로 점치는 점쟁이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질서하게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인생에서 찾아오지도 않을 '대박'을 노리고 집중하게 되는 순간, 어느새 소소한 행복은 그저 다가올 불행의 그림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정해진 결말은 '불행'이라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자포자기하는 인생은 과연 이성적인 것일까.



당장 오늘 하루도 점칠 수도,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인생이니까. 결국 '부정'과 '긍정'을 점치는 것도 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몇 마디 문장으로도 정리되지 않을 인생인데 '불행'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긴 너무 이른 것 아닐까.



인생의 카드 뭉치가 있다면
 1장이 아니라 52장이니까 


모두가 가지고 있는 카드 뭉치가 같다면, 결국 제일 밑장에 있는 에이스라도 언젠가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내 인생의 행복을 점치는, 나 자신의 점쟁이가 되기로 했습니다.



올해가 불행해도 12월 31일로 끝이 나잖아. 


무턱대고 힘내라고 되뇌지 않아도 침묵으로 스스로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내년에도 1월 1일은 오니까. 순환해나가는 한 해 한 해 나만의 속도로 스스로 긍정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라봅니다.


아직은 어려우니, 밑장 빼는 기술은 더더욱 모르니 일단 '존버'하는 인생을 살기로. 누구에게나 갈등과 문제는 있고 그 끝은 분명히 있으니까. 온탕과 냉탕이 오가는 인생에서 곧 좋아질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대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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