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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마 Sep 21. 2022

여전히 불안한 오늘이 내일에게

시간 여행을 꿈꾸는 불안한 오늘


오늘이 내일에게 말합니다. 확실한 게 하나도 없이 예상할 수 없는 하루하루가 무섭다고.

매번 바라는 이상이 현실의 괴리와 맞바꾸어질 때, 문득 고개를 쳐드는 '불안'과 마주하는 오늘은 습관처럼 한마디를 되뇌죠. 지나간 시간을 지우개로 매번 지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인생에서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누구나 불안함을 가지고 산다'는 것입니다. 아프고 힘든 날이 없으면 좋겠지만, 얄궂게도 행복과 불행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얽혀 끊어지지 않는 듯합니다.


알 수 없는 인생이라지만 매일 누리는 행복의 총량이 오늘까지인 건 아닐까 하며 불안함에 잠 못 드는 날들이 있곤 합니다. 그러다 찾아온 불행이란 것은 생각보다 잊기가 힘들죠. 



지나간 시간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을 걸"이라는 말을 가끔 되뇌곤 합니다.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면 생각보다 찾아가야 할 곳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적이라고 불리는 곳에 나를 담아 바꿔낼 수 있다는 상상은 꽤 흥미롭고 집착을 부르게 되죠.


내게 행복은 늘 늦게 찾아오면서도 잠깐만 머물다 가는 듯할 때가 있습니다. 행복을 붙잡기 위해 오늘이 헛되지 않도록 애쓰는 하루. 그러나 반복되는 실수에 또다시 뒷걸음질을 치는 오늘을 겪고 맙니다. 그렇게 불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작아지다 어느덧 어깨가 쪼그라든 30대가 되었네요.



오늘과 내일을 대비하기 위한 태도와 자세를 연습했음에도 계속 쌓여가는 실수와 불행은 꺾인 마음속 내리막길, 또는 시한부 선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막 달리기 시작했던 청춘이 지금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 사회 속 첫걸음을 내디딘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이라는 헤진 티셔츠의 불안이라는 얼룩이 고스란히 쌓이는 건 썩 좋은 기분은 아니네요. 세탁소에 옷을 빨아 새 옷으로 다려 입는 것처럼, 못된 습관이나 실수도 지워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안이라는 감정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기우뚱한 자세로 하루를 버텨내다 시작한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습니다. 의미 없는 하루를 되새김질하고 싶지 않아 시작했던 책 속에서 감정을 비우고 멈추는 습관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이별 뒤에 아픔이 유난히 쓰린 이유는 그/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올라서. 회사에서 겪는 쓴소리에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는 머릿속을 우울함으로 가득 채워 넣어서가 아닐까. 그러니까 하루하루가 불안한 거라고.



아무것도 없는 빈손이 되어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것


일단 내버려 두는 것. 쓰디쓴 하루에 실망하게 된다면 일상 속의 모든 역할을 멈추고 스스로 재활을 준비하기 위한 빈손이 되어보는 연습을 합니다. 변하지 않는 현실에 실망하는 것을 멈추고 다른 것으로 채워 넣을 준비가 필요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세월이 지나도 변하는 것은 사실 많이 없습니다. 혼자 사는 집의 비밀번호는 3년째 같은 번호. 아침마다 옷의 단추를 채우지 않는 습관마저 똑같은 건 이제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변하지 않아서 더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기억하자. 줄곧 내 곁에 있어준 가족, 친구, 또는 연인의 변함없는 위로가 있다면, 그 행복의 순간을 간직하자.



모두 가슴속으로 겪는 불안과 반복되는 일상의 실수가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나에게만 불행한 하루라고 생각하지 않길.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비극이라는 징검다리는 나만이 건너는 것이 아니니까. 번잡한 사회 속의 오늘이라는 시간은 모두가 수백 번씩 넘어지는 현실의 일부이니까.



인생에서 느끼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매몰되어 취미로 가지지 않길.

우리는 불안해야 할 시간도, 아쉬워해야 할 시간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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