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균형감각
일요일이지만 스케줄상 출근을 해야한다.
그리고 일요일은 평상시보다 Free 하게 노메이컵에 모자를 쓰고 출근해도 괜찮다.
일요일이 주는 자유를 막고싶지 않은 최소한의 나에 대한 배려이자 뭐 아프지만 사장이니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일요일 만큼은 나를 조이지 않고 싶은 마음이 사실 가장 크다.
그리고 늘 정갈한(?) 모습에서 벗어난 나름 힙했던 선생님의 복장을 학생들은 꽤나 좋아하기도 한다.
10대때에는 집근처에 유명한 스키장이 있어 스키며 보드며 참 열심히도 탔었다.
어릴적 앨범을 보면 아빠가 어린 나를 업고 스키를 타는 사진도 있으니 아장아장 걸을때 부터 나의 속도본능은 내장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동네 아이들은 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학교에 등교를 할 정도로 집집마다 스키를 타는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국가대표 상비군 친구들도 몇몇있었으니 우리에겐 스키를 타는일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었다.
환경이 중요하다는것을 몸소 체험했다. 경험과 환경은 절대 무시할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내주변 지인들중에 스키장에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엔 너무 놀랐지만, 나 역시 타 지역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했던 일들을 안해본것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스키를 타다가 스노보드타는것이 자연스러워졌고 그야말로 스노보드 1세대라는 호칭을 얻고 동생과 동네친구들과 함께 그렇게 보드를 타러 다녔던 20년도 더 된...이야기에 세월참..야속하다.
그래도 내안에 스피드는 여전히 살아있을거라 믿어본다.
오늘나의 네번째 무해한 일탈안내서는 짝짝이 신발을 신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출근을 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할때 종종 양말은 짝짝이로 신고 뛰어봤지만, 신발을 짝짝이로 신어본건 이번에 처음이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가는것을 전혀 망설이지는 않는다.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보드를 탔던것도 사실은 속도의 쾌감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댓가는 참혹하리만큼 아프고 쓰라렸지만, 그땐 젊음이 방패였다ㆍ
나이들면서 뼈를 생각해 조금씩 보드들과 안녕을 고하면서 이제는 스키장하면 레몬을 상상할때 침이 고이는 것처럼 엉덩이가 써늘해진다.
스케이트 보드를 상상하면 할강하면서 아스팔트에 두다리를 시원하게 갈아버렸던 그 아픔이 느껴진다.
겨울한철 보드타고 눈이 없는 날에는 스케이트보드까지 열심히 타던 그때도 철은 없었지만, 꿈은 원대했었던
여러날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때는 지금의 내 나이가 올거라는 상상은 하지도 않았던 그저 신나는 프리보더였을 뿐!
우리집에 남아있는 딱 하나의 보드.
사진의 보드는 미국에 이민간 친한 언니 아들이 타던 보드이다.
더이상 나는 보드를 탈일이 없기에 데크가 이뻐서 장식용으로 보관했던 보드5개를 당근에서 무료나눔을 했었다.
사실..추억을 파는것 같아 마음이 쓰라렸지만 더 이상 쓰지않는 보드를 안고 있는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마지막 남은 이 보드를 오늘 타게될줄은 전혀 몰랐지만 말이다.
스케이트보드는 SK8(sk-eight) 이렇게 귀엽게 표기하기도한다.
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의 보급률이 증가하며 스케이터 커뮤니티도 온라인화되기 시작되어 그 당시 프리보더라는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었다.
스노보더 중 상당한 수가 스케이트보드도 함께 즐긴다. 하이파이브도 원래 스케이트보드 독타운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서핑-스케이트보드-스노보드 순서로 분화된 것이니 기본 용어가 같은 게 많은 건 당연하다. 바다는 좋아하지만 서핑은 좀 무서워서 시도를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혹시 알까?
또 올여름엔 서핑을 해볼지? (이젠 아무도 모른다 )
보드를 타기에 우리나라에선 유명한 스팟이 보라매공원, 동대문 훈련원 공원, 뚝섬 스케이트파크 등이 있다.
한때 보라매 공원X게임장에 동호회분들과 갔다가 상당히 가파른 기물의 경사를 보고 압도당했던 적이 있다.
깨지고 부서지고 멍들어도 그런 느낌이 좋아 플레이스테이션의 스노보드게임도 무척 즐겼었다.
지금은 혹시 어디 부러지면 뼈가 붙지 않을까 조심해야하는 생물학적 나이가 되었으니 푸르렀던 프리보더의 한장면은 추억으로 남겨둔다.
아침공기가 너무 상쾌하다.
보드타기에 그닥 좋은 조건의 길은 아니지만, 노면에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는 오랫만에 들어서인지 꽤나 반가웠다.
또다시 보드를 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나는 예전의 프리보더보단 많이 늙었지만
마음만은 보더1세대의 기세를 장착하고 바람을 가르며 출근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