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추월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달리기를 하다가 길가에 박힌 ‘추월금지’ 표지판을 마주쳤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는… 언제, 꼭 추월을 해야 할까?’
도로에서는 때때로 추월이 금지된다.
사고 위험이 있거나, 시야가 좁은 커브길일수록 그렇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어떨까.
우린 늘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말에 안도하면서도, 때로는 내 삶이 너무 느려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남과 비교하며 속도를 재고, 불안에 휩싸이는 그때.
길고 긴 연휴 .
연휴에는 특히 강릉에는 발 비딜곳 없을 만큼 복잡하다.
남들은 연휴엔 강릉으로 다들 놀러오지만, 연휴에 나는 강릉에는 없는 사람이다.
근 10년째 5월연휴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간다.
바다도 좋지만, 푸르디 푸른 나무와 숲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자연속에 하나가 되는 느낌이다.
이번 무해한 일탈 안내서는 숲속을 걷고 달리기다.
숲속이고 구불구불한 언덕에 인도가 없는 구 도로라 살짝 위험하긴 했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도로끝에 잘 붙어 달리고 걸었다.
소금강 입구까지 4.2km 라 왕복 8km정도의 딱 좋은 산책길이었다.
차를 타고는 가본길이지만, 내 두다리로 이곳을 걷기는 처음이라 긴장되었다.
인적이 드물어 사실 무섭기까지 했지만, 새소리 물소리가 내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다.
길에서 마주친 추월금지라는 표지가 유난히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인생에서 꼭 ‘추월’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그건 누군가를 앞질러 경쟁에서 이기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내가 잃혀질 것 같은 순간들 때문이다.
두려움을 앞질러야 할 때가 있다.
망설임과 핑계, 머뭇거림이 발목을 잡을 때, 우리는 그 마음을 추월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는 뒷모습만 보여주고 사라진다.
또 게으름과 무기력을 앞질러야 할 때가 있다.
오늘도 똑같은 하루, 루틴 속에서 숨이 막힐 듯한 순간.
그땐 잠시 무언가를 추월해야 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그리고,
남의 기준과 세상의 속도를 추월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들 정해놓은 코스를 따르며 ‘안전하게’ 살아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길은 내게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다.
그럴 땐 남들이 만든 ‘속도 제한’ 표지판을 잠시 무시해야 한다.
내 삶의 핸들을 내가 쥐고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진짜 추월은 누군가를 앞지르는 일이 아니라
어제의 나, 망설이는 나, 도태되려는 나를 넘어서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종종,
모든 이가 멈춰 선 커브길에서, 나만이 조용히 속도를 내는 순간에 일어나는것이 아닐까?
구불구불 인생길처럼 추월금지구간에서 금방 커브길이 나온다.
인생의 커브길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늘 가던 방향, 익숙한 루틴, 나름대로 안정적이던 일상이 어느 날 갑자기 휘어지기 시작한다.
관계가 멀어지고, 일이 흔들리고, 건강이 나빠지고, 마음이 무너지는 일들.
그때 우리는 직진하던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게 커브길이다.
어떤 커브는 ‘변화’라는 이름을 달고 오고,
어떤 커브는 ‘상실’이라는 무거운 표지판과 함께 온다.
어떤 커브는 ‘기회’라는 이름이지만, 도는 동안에는 그게 축복인지 알 수 없다.
커브길에서 중요한 건 무작정 빨리 빠져나가려 하지 않는 것.
속도를 줄이고, 중심을 잃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방향을 따라가는 것.
보이지 않는 길 너머에는 아직 내가 본 적 없는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때로는,
그 커브를 도는 중에 이전의 나를 추월해야 할 순간이 온다.
망설이고, 움츠리고, 도망치려 했던 나.
그 나를 조용히 추월하고 나아가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성장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커브길의 진짜 묘미는 ‘보이지 않는 길 너머’에 있다.
조금만 돌면, 전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지기도 하고, 그러니 커브길은 두려움의 구간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구불거리는 도로처럼 우리네 인생도 참 구불거린다.
추월금지에서 추월도 해야하고 직선도로에서 커브길을 돌아야하며, 내리막과 오르막 정신없이 그렇게 살아가야한다.
힘들고 지칠땐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독서도 하면서...
여유도 좀 부리면서 살아가는게..
힘들이지 않고 마음을 덜 지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오늘하루는 직선코스를 달리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