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그리지 않고 출근하기
밀가루처럼 하얗다 못해 얼굴에 핏줄이 보여서 늘 컴플렉스였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그게 싫어서 중학생시절에는 다들 바르는 선스크린을 안바르고 바다도 놀러가고 스키장에도 다녔었다.
무식하면 용감했던가...
그렇게 여름에는 바닷가의 뜨거운 태양아래.
겨울에는 하얀 눈위에 반사된 햇빛아래 무방비 무자비로 내 피부는 태양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
하얀 피부는 내가 원했던 것 처럼 점점 그을려지고 있었다.
우유처럼 하얀 피부, 뽀얀피부를 원했던 친구들과는 달리 빨리 얼굴이 갈색으로 변하길 기도까지 했었다.
지금도 운동을 하며 그을린 내 피부를 보면 엄마는 굉장히 안타까워하신다..
구릿빛 피부는 건강의 상징!! 너무나 매력적이고 건강미가 넘쳐흐른다.
말은 그렇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작은키 작은체구 시력이 좋지않아 안경까지 끼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중딩이 얼굴색이 브라운이 된다고 해서 매력적이고 건강미가 넘쳐흐를리가 없다.
우리엄마는 멋쟁이시다.
유전인자에 부지런함이 박혀있으시고, 매사에 긍정적이시며 내일 하늘이 무너진다해도 유머있게 무엇이든 밝은면을 항상 먼저 보시는 분이다.
어딜가나 항상 단정하게 화장을 곱게하시는 엄마를 가끔 맨얼굴에 스웻셔츠차림으로 만나게 되면
" 얼굴에 뭘 좀 바르고 다녀..." 라는 말씀을 항상하시고 " 자기전에 꼭 팩하고 자" "운동할때 선크림 잔뜩바르고" 일단 피부가 상하는것에 굉장히 민감하시다.
엄마는 직장인도 아닌 평범한 주부신데도 항상 곱게 화장을 하고 계셨다.
자연스럽게 엄마화장대에 있는 화장품에관심이 많았고, 외출하신날에는 무조건 립스틱을 바르고 아이쉐도우도 신나게 발랐었다.
엄마의 영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화장하는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라떼 보라색 립스틱을 바르는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심지어 짙은 보라색에 펄 까지 더해져 사이버틱하긴 했지만, 지금생각해보면..
어린 대학생 1,2학년에게는 하드코어의 립스틱이었다.
해볼건 다해봐야지..검정색 립스틱이 유행이었다면 그것마저 해봤을터..
그렇게 나의 화장은 대학생부터 시작되었고, 몇십년을 화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건강한 피부를 물려주신 덕분에
특별히 트러블도 없고, 시술이나 수술없이도 아직까지는 내 나이보다는 적게봐주는 사람들이 많은편이다.
( 점점 수술과 시술을 해야하나...라는 생각도 자주든다...중력을 거스를수 없기에...)
하지만, 주말동안 집에서 쉬는 시간을 빼면...지금도 거의 매일 화장을 하고 다닌다.
직장을 다니면 어쩔수 없이 매너로 화장을 하는데, 매너이기 이전에
솔직히 화장하면 눈도 커지고 얼굴도 더 화사해지는건 사실이니까!
그런데 화장하는게 즐겁다기 보다는 일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더 많아 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얼굴을 가꾸지 않는것이 게으름과 같은거라고 생각해왔던 나는 시선을 바꿔보기로 했다.
그게 오늘이다!
처음이 어려운법.
일단...완전 쌩얼은 자신없고,
눈화장만 간소해본다.
거울 앞에 앉아 아이라이너를 손에 쥐었다 내려놓는다.
전형적인 동양인의 속상커풀을 갖고 있는 나와 같은 눈은 아이라이너로 눈꼬리를 살짝 빼면 신비(?) 해보인다.
(절대 내가 신비해보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라이너를 생략하고 마스카라대신 눈썹을 찝어 올려본다. 과감히 마스카라도 생략!
굉장히...허전하지만, 오늘만큼은 화장은 더 이상 " 해야만 하는 일" 이 아니라 "할 수도 있는 선택"으로 생각해본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은 게으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할 용기였다는 걸 오늘 이 순간만은 자신있게 느껴보기로 한다.
그리고 이런 날이, 자주 오면 좋겠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날들.
화장안해도 이쁜여성들도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가끔 나도 그래봤으면... 하다가,
“나는 웃을 때 예쁘니까 됐어~” 라며 스스로를 설득해본다.
오늘은 눈썹 하나로 버텨보는거다.
사람 얼굴이 꼭 풀옵션일 필요는 없잖아? 가끔은 ‘기본형’도 괜찮은 거다.
게다가, 오늘 같은 날은 피부도 숨 좀 쉬어야지. 나도 숨 쉬고.
오늘은 그냥, 내가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주는 하루로 충분하니까!
화장안해도 이쁜연예들은 태생이 다른것.. 어찌보면 평민들은 화장이라도 해야 평민일수도.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내가 아무리 풀메이크업 무대화장을 하고 민낯으로 출근을 한다고해서 남들은 그닥..타인에겐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그냥 자만추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