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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바다 Nov 18. 2023

일분 만에 벌떡 일어 나는 법

대학교 4학년 때  학점을 모두 이수한 2학기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학교를 나가야 했었다.

뭘 해야 할지 막막했던 그때 아르바이트 구직란에 한 줄 건너 한 개씩 방문선생님을 구하는 곳이 많았다.

00만 원 보장... 뭐 이런 터무니없는 금액에 발길이 닿았던 것은 아니고, 영어공부하며 가볍게 할 수 있겠다 싶어 겁 없이 덜컥 *선생 학습지에 입사(?)하게 되었다.  


나의 미라클 모닝은 사실 이때부터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철없이 친구들과 맥주 마시면서 밤이슬을 맞고 다닐 시기였는데  갑자기 오전 6시부터 각 회원학생들에게 아침 전화를 돌리며 전날 배운 공부를 체크하는 것이 업무 중 하나였다.


새벽 6시에  자취방에 들어와서 잠을 잔적은 있었지... 6시에 일어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일분만에 일어나는 방법을 찾았다.


6시에 전화를 해야 한다면

5시부터 1분에 한 번씩 알람을 맞췄던 것이다.

너무 어이없는 발상이었지만, 그 짓을 근 1년 가까이했고 코피를 쏟지 않는 날이 없었던 것은 이상할리 없었다.

그때 내가 피하고싶었던건 미루고싶었던 아침이아니라 미래였을지도 모른다ㆍ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도 전화를 하러 가야 한다며 마지못해 자리를 일어나 자취방으로 돌아올 땐 당장이라도 때려치워야지라는 생각을 매일 했던 것 같다.

마음속엔 그 망할 놈의 전화만 안 해도 조금 봐주겠는데,,, 가뜩이나 없는 내 머리숱은 전화스트레스로 눈에 띄게 더 줄어드는 것 같았다.


1분 만에 일어나 "아,, 아직 5시 2분이야... 아직 3분이야. 4분이야......"

이 얼마나 미친 짓이었는가....

그때 미라클 모닝의 기적의 맛을 알았다면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일기도 쓰고 했을 텐데,,

그러기엔 너무 세상을 몰랐고, 어리기만 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라면 회원도 더 많이 늘렸을 텐데 말이다.


결국 나는 전화 때문에 일을 그만두긴 했다.. 전화하기 싫어서라기보다 대학교 졸업식끝난 뒷풀이  교수님들과의 식사자리에서 근황을 주고받을 때,

아침 전화하며 학생들 방문하는 일을 한다고 했더니 그 교수님이 하는 말

" 아 우리 집애도 그거 해.. 그 전화소리가 우리 집 알람이야! 알람. 그 소리 듣고 우리 가족은 모두 기상하거든!"


자존심에 스크레치 50cm 그어지는 기분이었다ㆍ기껏 학습 지도한다고 전화한 것이 남의 집 기상나팔을 울린 셈이다.

일도 힘들고 수금도 힘들고 관두는 게 맞다.


그래도 나는 비법하나를 얻은셈이다.

일분만에 일어나는 법!!!



아무도 따라 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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