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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연 Jun 17. 2024

<여행일기>를 마치며

2024.06.17.

 우리는 예정대로 도쿄에서 이틀을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2024년 1월 20일부터 2월 6일까지 총 17박 18일의 제법 긴 여정이었다. 다섯 개의 도시에 머무르는 동안 각 지역의 색채가 모두 다르다고 느꼈다.

 이를테면 시즈오카에서는 아무래도 후지산의 존재감이 크게 다가왔다. 미호노마츠바라와 미시마 스카이워크, 이외에도 글에 따로 적지는 않았지만 고텐바 프리미엄 아울렛까지, 모두 후지산을 전경 혹은 배경으로 두르고 있어 공간의 특색이 살아났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바다다. 시즈오카역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만 가면 시미즈 항구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내 곳곳에서 신선한 수산물 요리를 파는 가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쿄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대도시였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철로와 고층 건물들. 넘치는 인파로 대변된다. 그만큼 다양한 욕망과 꿈, 기대와 좌절과 방황, 생활이 교차하는 장소이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역사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나이 마흔에도, 나는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들이 좋다.

 니가타는 도쿄와 완전히 대비되는 분위기를 가진, 눈의 고장이었다. 설원이 빚은 여백, 료칸에서 즐긴 온전한 휴식, 그 반대편에서 부지런한 노동으로 쉼터를 돌보던 사람들의 모습이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센다이에서는 고작 하룻밤을 머물렀을 뿐이다. 그렇지만 센다이역의 예상외로 거대한 규모와 북쪽의 추위, 이자카야 쵸쵸에서 경험한 떠들썩한 열기 같은 것들이 나에게 도시의 단면을 보여 주었다.

 마지막으로 아키타를 회상했을 때 떠오르는 단어는 가루눈과 거센 바람이다. 아키타 시내에 있는 동안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생활력이 강하다’는 말이 자주 생각났다. 깊은 겨울을 뚫고 움을 틔우는 식물의 뿌리가 연상됐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3월부터 <여행일기>라는 제목으로 브런치 북 연재를 시작했다. 가볍게 습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두 편의 글을 매주 하나씩 올렸고, 어느덧 끝맺을 때가 됐다. 3개월 만이다.

 여행을 다녀왔던 과거의 기억을 현재 시점으로 적어 나가는 동안 여행지에서 느꼈던 단편적인 감상들이 현재와 조우하며 세세하게 되살아나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쌓인 기록들을 돌아보며 내가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대상의 어떤 측면에 마음이 이끌리는지, 또 나 자신을 어떻게 여기는지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됐다. 글을 통해 얻은 수확이다.

 반면에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 이어질 다른 글에서는 더 성실하게, 내가 감각하고 사유하는 세계의 모습을 담아내길 원한다. 부족함을 껴안고 꾸준히 적어보려 한다.


  작가를 꿈꾸는 나에게 이번 브런치북 연재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 아직 여러모로 엉성하고 서툰 구석이 많은 나의 시작점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고 따듯한 마음을 나눠준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 동안 <여행일기>를 읽고 함께 여정에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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