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컵 속에 무엇을 채웠나요?
뽀글뽀글 20240406
투명한 컵 속에 오늘은 무엇을 채웠나요?
어둠은 어둠을 낳고
나쁜 기운은 나쁜 것들만 끌어당깁니다.
얼굴에 한 번 내려앉은 기미처럼 뿌리 깊이 박혀서는
검은 것을 더욱 검게 만들지요.
값비싼 화장품이나 약도 소용없고
강하게 레이저를 쏘아대면 보란 듯이 얼굴을 덮어버리고
검은 존재감은 더 드러납니다.
짙은 빛에 가려서 얼룩덜룩 해진 것도 모르다가
엎어져서 쏟아진 다음에야 알게 되지요.
컵은 비었는데 얼룩이 남아있다는 것을요.
그렇다고 예쁜 색으로만 채운다는 것도 욕심이지 싶어요.
변덕스러운 내 마음을 알기에 더욱 그렇지요.
상큼하던 연둣빛이 붉은 낙엽이 되면
초록에 마음을 뺏기다가도 가을 단풍에 황홀해하니까요.
사람마음은 변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 텐데
오늘 즐거운 것도 내일은 아닐 수도 있을 텐데
한 가지 색으로만 살라하면 자신 없어요.
다른 사람이 부어댄 쓰디쓴 커피도
남이 담아주는 주황빛 자몽주스도
그 안에 들어있는 큰 건더기도
투명해서 무엇이 있는지 다 보이는 게 좀 그래요.
내 속에 누군가가 그 어떤 것을 부어댄다고 해도
그대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해봐요.
아무것도 들키지 않고
아무것도 티 내지 않고
내 컵 속은 투명해서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으면 해요.
그러나 속이 비어있지는 않다고
뽀글뽀글 거품정도만 보였으면 좋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