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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May 02. 2024

초록을 입고 - 오은의 5월

함께 나눠요. 책.  20240501


4월의 마지막날 대학로에 갔습니다.

위트 앤 시니컬에서 열리는 양안다, 오은 시인의 북토크를 보기 위해서였지요.


올해 1월 난다출판사에서시의적절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난다출판사의 대표인 김민정 시인의 1월 <읽을,거리>를 시작으로 열두 명의 시인이 써나가는 열두 권의 책. 매일 한 편, 매달 한 권, 1년 365가지의 이야기.


시詩의 적절함으로 시의적절時宜適切하게!

제철 음식 대신 제철 책 한 권


매일 하루하루 다른 글가득 찬 다양한 읽을거리들이 있는 시집이자 산문집입니다.


식당이든 카페든 여러 가지 메뉴를 다양하게 시켜 조금씩 맛보고 싶은 마음을 잘 알고 있나 봅니다. 음식처럼 책도 읽을거리가 다양하니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기다려지기도 하고요.


쉬운 시, 어려운 시가 있겠냐만은 보통은 왜 그렇게 어렵게만 여겨지는지. 하지만 시인이 쓴 산문이나 일기나 메모장이나 인터뷰나 거기에다 때론 동시나 동화도 볼 수 있으니 한결 친숙하게 느껴지고 신선합니다. 게다가 시인이란  제게 범접할 수 없는 어떤 다른 존재입니다. 그러나 시의적절 시리즈 덕분에 시를 짓는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서  일까요?  어떨 땐 친구 같은 기분도 들 정도로 친숙하게 다가와서 참 좋습니다.


난다 출판사도, 12 명시인 제겐 낯설었습니다.

우연히 올 초에 <신명 난다> 북토크를 갔지요.



 나도 글을 써보고 싶다고 마음먹었고, 그러려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그들의 호흡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의 생각은 상당히 적절했지요. 그런 마음을 먹고 일단 한걸음을 내딛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할 세상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시인들의 이야기에 반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에너지와 그때의 분위기에 풍덩 빠져버렸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제게, 평일 저녁 시간 북토크 참석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남편 찬스, 큰 애 찬스, 지인 찬스를 써 가며 아이들을 맡기고 나 열심히 다녔습니다.

애써 만든 시간이기에 더 귀하고 더 소중하고 더 새로웠습니다. 


김민정의 1월 <읽을, 거리>, 전욱진의 2월 <선릉과 정릉>, 신이인의 3월 <이듬해 봄>,

양안다의 4월 <달걀은 닭의 미래>, 오은의 5월 <초록을 입고>,

6월 서효인, 7월 황인찬, 8월 한정원, 9월 유희경, 10월 임유영, 11월 이원, 12월 김복희.




어제, 4월의 마지막 날,  4월의 양안다 시인과 5월의 오은 시인 님이 함께 하는 북토크가 대학로 위트 앤 시니컬에서 있었습니다.



매달 그에 맞는 컨셉이 있는데 5월은 <초록을 입고>라는 제목처럼 표지도 초록초록합니다.

표지는 꼭 그림처럼 보이지만 김수강 사진작가님의 작품입니다. 19세기 인화 기법인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로 탄생한 사진작업들이라고 합니다. 난다출판사 인스타그램에 보면 김민정대표님과 직원분들이 정말 고심하며 책 표지 컬러나 띠지까지도 신경 쓰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매월 책의 분위기가 달라서 이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하고 다음 달을 기대하게 됩니다.


5월은 유쾌하고 센스 넘치시는 오은 시인님입니다. 미리 책을 보고 싶었지만 위트 앤 시니컬에서 구입하고 싶어서 참았습니다. 작가의 말은 오은 시인님이 책을 완성하고 난 다음 제일 마지막에 쓰신 거라고 합니다.



p.10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5월의 성실한 농부는 8월에도 쉬지 않을 겁니다. 5월에는 5월의 일이 있고 8월에는 8월의 일이 있으니까요. 오월 농부는 삼 개월 뒤에 팔월 농부가 될 것입니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써 보겠다는 다짐으로, 그저 다듬어지지도 않은 날 것의 마음을 올리고 있는 제 마음 같았습니다. 일단 시작해서 성실하게 하다 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일 수도 있을 테지. 8월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더 성장할 수도 있겠고 혹은 더 넓은 눈을 가질 수도 있겠고 아니면 더 깊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초록을 입고 나섭시다.
 
은혜 입은 듯 성큼성큼 울창해집시다.
 
하루에 한 번 시를 생각하며 흔흔히 힘입읍시다.



작가님이 응원해 주는 것 같아 힘이 납니다.

초록을 입고 나서라니요!

은혜 입은 듯 조금씩도 아니고 성큼성큼 울창해지라니요!!

5월의 초록이라고 해야 하나 연둣빛이라고 해야 하나

갓 피어난 새잎은 어떤 꽃보다도 예쁩니다.

그 초록은 하룻밤 사이에도,

한 번 비에도 무성하게 자라고 이내 짙어지고 울창해지지요.

나도 그렇게 울창해질 수 있다 생각하면 그 보다 더 큰 은혜가 있을까 싶습니다.


작가님의 말이 지쳐있던 내 마음을 다독여 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5월 1일은 에세이입니다.


<모든 쓰기는 결국 마음 쓰기다.>

'쓰다'와 연결될 수 있는 단어를 떠오르는 대로 써본다. 글, 시간, 돈, 모바, 약, 억지, 신경, 힘...... 어떤 것을 쓰더라도 마음 쓰는 일을 거치지 않을 수는 없다.



5월 1일, 글 중에 제 마음에 닿은 문장입니다.

내 마음, 네 마음, 그때의 마음, 지금의 마음

그런 마음들을 어루만지고 쓰고 싶습니다.

아주 잘 쓰고 싶습니다.



'지금'을 찌르는 대신, '지금까지'를 어루만져야지. 이는 마음을 쓰는 일일 것이다.

모든 쓰기는 결국 마음 쓰기다.



5월이 다른 달과는 다른 점은 매일 '오. 발. 단'이라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오발단은 오늘 발견한 단어라고 하는데요.

이런  기발하고 신박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오늘의 오발단은 '봄물'입니다.


봄물은 이렇게 다양한 뜻이 있었군요.

오은 시인님 덕분에 오늘의 단어왕이 될 수 있겠습니다.



어느 날은 짧게 어느 날은 길게, 그러나 매일매일.

하루에 한 번 시를 생각하는 마음.



시의적절한, 5월의 이야기 <초록을 입고>

매일매일 아껴 읽을 작정입니다.

좋은 건 함께 해요!!






 ※ 다른 달 책들도 소개드리고 싶은 마음이네요.

2월 전욱진 시인의 <선릉과 정릉>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작가님이 선별해 놓은 플레이 리스트가 있습니다.

그 곡들을 제 플레이 리스트에도 저장해 두었지요. 들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 후로 매달 플레이 리스트가 생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5월도 있네요. 저도 아직 들어 보지 못했지만 함께 들어요.



https://youtu.be/e36uGdNtfZQ?si=JiXXeKjzwTxhrF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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