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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이야 Jun 19. 2024

모든 것은 내게서부터

아침메모 20240619

안 될 이유를 백 가지도 넘게 만드는 사람은 나이다.


오랜만에 다시 필라테스 수업을 하려고 하니 불편하다.

운동신경도 없고 몸을 잘 쓰지도 못해서일까

필라테스나 헬스나 뭐든 하려고 하면 하기 싫은 마음이 불쑥 솟아난다.

어젯밤부터 예약을 취소할까.

갑자기 하지도 않던 운동을 했다가

몸이 오히려 찌뿌둥해지기라도 한다면 낭패인데.

주말 일정을 소화하기에 컨디션이 별로일 것 같은데 말이야.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필라테스 수업 취소 버튼을 누를지 말 고민했다.

그러다 그마저도 다행인지 아닌지 시간이 지나버렸다.

아침이다.

눈 뜨자마자 머리도 아프고 무릎도 불편하고 계속 머릿속은 바쁘다.

이제는 속도 울렁거리고 힘들다.

안 될 이유는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온다.


일단 움직인다.

여차하는 마음으로 소파에라도 앉았다가는 나의 오전이 훌쩍 지날 테니.

그러다 노트북을 열었다.

지난주부터 노트북을 켜고는 화면만 쳐다보고 있다.

하얀 화면도 날 빤히 보는 듯하다.

계속  머릿속도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백지가 된다.

무엇하나 쌓인 눈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길 만도 한데

하얀 화면 속에, 나의 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딘가에 숨어서 '짠'하고 나를 놀라게 하며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기약 없는 기다림이 야속하지는 않았다.

도대체 꽁무니도 그림자도 보여주지 않는 말들은 어디로 간 건지.

시시껄렁 시답잖은 것이라도

오글오글 뒷날이면 모르는 체하고 싶은 것이라도

다 괜찮은데 도무지 나타나질 않는다.

아침에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또 기다린다.

안될 이유 백 가지를 떠올리는데

말들이 꼬리를 물고 따라오네.

고 녀석 거기 숨어 있었구나.

이제 해야 할 이유를 찾아 나서도 되려나.


안될 이유를 떠올리는  나이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도 나이고

내 속의 말들을 기다리는 것도 나이고

나의 말들은 담아두는 것도 나이고

나를 가장 사랑하고 사랑할 있는 사람도

바로 나이다.


모든 이유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것도 나이다.


나는.... 이제 운동복을 입을까. 안 입을까.


그건 아직 나도 모르겠고.

그러나 수업은 10시 시작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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