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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안 Oct 27. 2022

선생님께

혹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아주 유년이었던 시절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주로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내며 하셨던 말씀인데, 그것은 “지금 울지 않으면 나중에 크게 울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지금 울지 않으면 다음번에 더 크게 혼내겠다, 정도의 이상한 말로 알았습니다만, 교복을 벗고도 한참이 지난 지금은 그 말을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가끔씩 아주 펑펑 울어버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마음에 붙은 감정들이 떼어지지 않고 얼룩처럼 남아있을 때, 마음이 울컥거릴 정도로 무언가가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비워내기는 커녕 손끝마저 닿지 않는 것 같은 순간들입니다. 이제는 우는 법을 잊어버린 것인지, 저는 그런 날마다 이불의 끝을 잡고 멍하니 침대 끝에 앉아만 있습니다.     


 선생님께도 그런 날이 있으셨을 것을 이제야 생각해봅니다. 강하고 커다랗게만 보였던 그 어깨 끝에도 어느 날에는 공허와 슬픔들이 매달려 있었겠지요. 저와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런 날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저도 이제 조금은 커버린 것인지, 우는 일에도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다다랐습니다. 어릴 때는 슬픔이 툭, 하고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나오곤 했는데 말입니다. 가만히 앉아 다들 그렇겠거니, 하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도 요즘에는 위로로 다가오지 않네요. 물론 선생님께도 그런 날들이 있으셨겠지요.     

           

 요즘에는 아주 가끔 보았던, 가방을 들고 퇴근하시는 선생님의 뒷모습 같은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앞에서는 강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지만 한켠으로는 참 외롭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을 말입니다.

 SNS나 지면을 통해 겨우 닿는 그들에게 참 위로가 되는 편안한 글을 쓰고 싶은데, 요즘에는 더욱이 그러한 글들이 참 어렵습니다. 제가 뭐라고 그 사람들을 위로할까요. 저 멀리에 살고 있는 제 글이 그들에게 편안함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을까요. 참 무섭고 어렵습니다.    

 

 마음을 뜯어내어 그들에게 보내고 싶은 저녁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제가 얼굴도 잘 모르는 당신들을 그만큼이나 걱정하고, 그들의 안녕한 밤을 바란다는 것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이것은 서툴고 같잖아 보이더라도, 창작이라는 것을 하는 이들의 같은 마음들이겠지요.     


 제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만 줄이려 합니다.

다만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선생님도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매일 밤 평안을 기도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분이라는 것입니다. 세상 그 누구라도, 설령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느낌일지라도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 속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혹여 유독 힘든 날이 있으시거든 저를, 혹은 선생님을 위해 매일 기도할 누군가의 목소리를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나는 잘 해내야 해’가 아니라, 그냥 그 포근한 느낌만을 말입니다.   

   

 부디 항상 건강하시고, 항상 행복하고 포근한 일들 가운데 계셨으면 합니다.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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