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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안 Nov 21. 2022

섬어

당신의 잠꼬대를 듣고 싶다며

 “섬어”라는 말이 있대요.

며칠 전에, 정말 내가 사랑하는 시인의 강연에 다녀왔어요.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시인이 하시는 이야기를 메모하며 듣고,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도 여럿 적어 왔습니다.


 마지막에 시인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시인께서 그 단어를 알려주시는 거에요. “섬어”라는 말이 있다고. 잠꼬대, 헛소리 같은 뜻은 단어인데, 사랑의 세계에서는 참 유용한 말이라고.     

 시인의 이야기를 조금 옮겨보자면, 가장 솔직한 말은 결국 전혀 모르는 타인과 하는 말이래요. 예를 들면 편의점 직원에게 “음료수는 어디에 있어요?” “얼마입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같은 말. 너무도 직관적이고, 다른 마음 없는 말이잖아.


 그런데, 정말 무용하고 의미없는 것 같은 이 “섬어”는, 사랑할수록 더 자주 하고, 많이 할 수 있다는 거야. 사랑하니까 그만큼 더 편하게 할 수 있잖아요. 중얼중얼, 아무 뜻도 없이 하는 것 같지만,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이야기를 들으니까 정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그 말이 그렇게 사랑스럽더라고요. 사랑하니까, 사랑할수록 더 할 수 있는 이야기. 그 의미없는 이야기들의 의미는 아마 사랑일 것이고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당신의 섬어를 듣고 싶다는 말이에요. 당신의 잠꼬대같은 이야기들을 잔뜩 듣고, 나도 중얼중얼 아무 의미 없는 대답들을 하고 싶다는 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랑이라는 의미뿐인, 무용할수록 유용해지는 그 말들을 잔뜩 하고 싶다고요.

 당신은 잠에 들었고, 나는 이렇게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나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아마 운이 좋다면 당신의 섬어를 들을 수도 있겠죠. 당신의 밤이 가득 편안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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