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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안 Sep 22. 2022

환절기 편지

오늘도, 기다리던 겨울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기온이 낮아져 급히 청소를 했습니다.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는 일이 꽤나 설레어서요, 선선해지는 공기가 귀한 손님이라도 되는 양 열심히 바닥을 쓸고 닦다 보니 어느새 가을 바람이 부는 저녁이었습니다.


 이렇게 온도만으로 행복해하는 일도, 지난 두어 달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도 오직 계절뿐이었다는 일이 참 신기합니다. 일 년에 네 번이나 바뀌는, 이 흔한 변화에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뒤바뀌다니요. 사람도 아니고 계절을 이렇게나 그리워하는 일에 헛웃음을 지어보다가, 한편으론 그럴 만 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찬 계절에는 좋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석 달쯤 남은 생일마다에는 따듯한 축하와 편지들이 있었고요,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탄 일과 첫사랑과 짝궁이 되었던 설레는 추억, 사랑하던 사람과 눈을 맞던 영화같은 순간도 모두 여전히 그 계절에는 남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행복과 사랑의 기억 때문인지, 저는 특히 겨울에 대한 집착이 있습니다. 겨울이 좋다는 사람을 어느새 사랑해버리기도 하고, 겨울이라는 이유만으로 벌벌 떨면서도 실실 웃음을 내는 바보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나름의 변명을 붙여보자면, 겨울은 따뜻해지기에 참 좋은 계절입니다. 보일러를 틀어 방을 데우는 일도 당연스럽고, 마음을 데우기에 좋은 걱정과 인사들도 겨울에는 가득입니다. 옷을 두텁게 입고 나오라거나, 감기를 조심하라거나. (‘에어컨 세게 틀고 지내!’‘선크림 잘 발라!’ 같은 인사들이 얼마나 이상해 보이는지요, 이번에도 느낀 일이지만 여름은 계절 인사를 건네기엔 영 좋지 않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겨울은 사랑하기에도 외롭기에도 좋은 계절입니다. 날이 추우니 손을 잡거나 껴안기에도 좋고, 온기가 없고 비도 오지 않으니 홀로 먼 하늘을 올려다보기에도 좋습니다. 둘은 걱정 없이 붙을 수 있고 하나는 온전히 홀로 될 수 있으니, 어쩌면 겨울은 사람을 위한 계절인 것 같기도 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었으니, 사람도 응당 사람 될 계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반갑게도 여름이 끝나갑니다. 당신의 가을은 여름이 끝나는 아쉬움일까요, 혹은 겨울이 다가오는 반가움일까요. 무엇이 되었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당분간의 가을만큼은, 싫어할 이 없는 선선하고 맑은 계절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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