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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꽃이 질 무렵

거북선 깃발 아래에서

by 나바드 Feb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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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부산 앞바다에서 밀려온 바닷바람이 거친 산길을 따라 흩날린다. 그 바람 속에서 깃발이 나부낀다. 검은 바탕 위에 새겨진 거북선의 형상. 1592년, 조선을 침략한 왜군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그 전설이, 지금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거북선 의병, 준비되었는가?”


장혁이 깃발을 높이 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거북선이 달린 깃발이 휘날리자, 의병들의 눈빛이 더욱 빛났다. 농부였던 자, 나무꾼이었던 자, 장사꾼이었던 자. 이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으나, 오늘 밤, 그들은 오직 하나였다.


“이 깃발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김명규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천천히 의병들을 둘러보았다.


“이 깃발은 우리가 그때와 같은 조선의 백성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 땅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 깃발을 본 일본군은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그 순간, 산 아래 일본군 주둔지에서 횃불이 하나둘 타오르기 시작했다. 일본군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의병들은 즉시 무기를 움켜쥐었다.


박차정이 낮게 속삭였다.


“이제 곧 시작될 것이오.”


“이 깃발 아래에서 우리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장혁이 칼을 빼어 들며 말했다. “우리는 1592년의 조선 수군과 같다. 하지만, 우리는 바다를 떠나 육지에서 싸운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본군이 진지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장혁은 깃발을 높이 들었다.


“거북선 의병이 나아간다!”


칼날이 빛났다. 총구가 불을 뿜었다. 그리고, 조선의 전사들이 거북선 깃발 아래에서 돌격했다.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서, 거북선이 다시 살아 움직였다.




역사적 사실 및 인물 각주


1. **거북선 깃발** - 조선 수군의 전설적인 무기였던 거북선을 본뜬 깃발을 의병들이 사용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독립운동 속에서도 나타났다.


2. 부산·경남 남부 의병 활동 - 1900년대 초반, 부산과 경남 남쪽 지역에서 의병들이 활발히 활동하였으며, 이들은 일본군의 군사 거점을 습격하며 저항하였다.


3. 박차정 (1910년~1944년) - 의열단의 주요 여성 독립운동가로, 일본군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작전에 적극 가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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