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흐르는 노래
바람이 분다. 강 위로, 산 너머로, 밤하늘을 가르며 흐르는 바람. 오얏꽃 향기가 바람에 섞여 흩날린다.
의병들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강을 건너고, 물기를 머금은 옷자락이 차갑게 붙어왔다. 그러나 아무도 떨지 않았다.
박차정이 손을 뻗어 젖은 머리칼을 넘겼다. 그녀의 손끝에서 물방울이 툭, 풀잎 위로 떨어졌다. 마치 긴 밤의 여운처럼, 사그라드는 숨결처럼.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장혁이 나직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파문처럼 번져갔다. 그의 손에 쥔 거북선 깃발이 흔들린다. 어둠 속에서, 그 깃발은 마치 살아 있는 듯했다. 바다를 헤쳐 나아가는 배처럼, 불길을 가르고 나아가는 불멸의 신념처럼.
김명규가 눈을 감았다. 그의 귓가에,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주던 노랫소리가 떠올랐다. 조국의 산과 들을 노래하던 아련한 가락. 그가 속삭였다.
“강을 건너면, 들이 나오고, 들을 지나면 산이 나오리라.”
“산을 넘으면 무엇이 있을까?” 한 의병이 물었다.
“또 다른 길이 있겠지.” 김갑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 우리가 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될 것이다.”
그 말에, 누구랄 것도 없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낮고도 깊은 음률이 밤공기 속으로 번졌다.
_이 강을 건너면, 우리가 서리라._
_이 산을 넘으면, 우리가 피어나리라._
그 밤, 강물은 노래를 품었다. 오얏꽃 향기가 바람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거북선 깃발 아래에서 의병들은 다시 한 번 운명을 향해 나아갔다.
역사적 사실 및 인물 각주
1. 박차정 (1910년~1944년) - 여성 독립운동가로, 의열단의 핵심 인물.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선봉에 서며 폭탄 투척과 정보 전달을 담당했다.
2. **거북선 깃발** - 의병들이 사용한 깃발 중 일부는 조선 수군의 거북선을 형상화하여 일본군에게 심리적 공포를 주는 역할을 했다.
3. **의병들의 전술** - 의병들은 전투 후 빠르게 이동하며 일본군의 추격을 따돌렸고, 노래나 암호를 활용해 연락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