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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꽃이 질 무렵

강을 건너는 자들

by 나바드 Feb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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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쪽, 밤하늘에 걸린 달이 강물 위에 길게 비쳤다. 거북선 의병들이 산길을 따라 내려와 강가에 멈춰 섰다. 불과 몇 시간 전, 그들은 일본군의 식량창고를 급습하고 승리했다. 그러나 이제 또 다른 과제가 남아 있었다. 일본군이 대대적인 추격에 나선 것이다.


“강을 건너야 합니다.”


장혁이 조용히 말했다. 그의 옆에서 김명규가 땀에 젖은 얼굴을 닦았다.


“저들이 배를 타고 쫓아오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거북선의 후예다.” 장혁이 거북선 깃발을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배가 없는 곳에서는 강을 건너면 된다.”


의병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노인과 어린 아이, 부상자들은 먼저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젊은 의병들은 그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때까지 강둑에서 활을 겨누고 일본군의 추격을 경계했다.


박차정이 마지막으로 강을 건너려 할 때, 일본군의 기마병이 산길을 뚫고 내려왔다.


“서둘러라!”


김갑이 화살을 당겼다. 날카로운 화살이 어둠을 가르고 일본군 선두에 박혔다. 순간, 적군의 대열이 흐트러졌다. 그 틈을 타서 의병들은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후세 다쓰지가 마지막으로 남아 불씨를 던졌다. 물가에 있던 초가집이 불길에 휩싸이며 일본군의 시야를 막았다.


“모두 건넜습니다!”


강 건너편에서 신호가 왔다. 장혁이 마지막으로 뗏목을 타고 강 한가운데로 향했다. 거북선 깃발이 달빛 아래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그 밤, 강물은 조선의 역사를 다시 한번 적시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 및 인물 각주


1. 박차정 (1910년~1944년) - 의열단의 핵심 여성 독립운동가로, 폭탄 투척 및 무기 운반 등의 활동을 수행했다.

2. **거북선 의병의 전술** - 조선 수군의 전설적인 거북선 정신을 이어받아, 일본군을 기만하고 기동력을 활용한 유격전이 이루어졌다.

3. 부산·경남 남부 의병 활동 - 1900년대 초반, 의병들은 지형을 활용해 일본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작전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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