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저울
어느 날, 한 광장에서 세 개의 저울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저울을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누군가는 그 위에 죄를 올려놓았고,
누군가는 정의를 올려놓았으며,
누군가는 욕망을 올려놓았다.
첫 번째 저울은 흠 하나 없이 완벽했다.
이 저울은 오직 법과 원칙만을 따랐다.
죄를 지은 자는 용서 없이 처벌받았고,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살인은 절대악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될 수 없다.”
이 저울이 재판하는 도시는 완벽한 질서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 살았다.
잘못된 정의가 한 번 내려지면,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칸트의 도시였다.
두 번째 저울은 균형을 맞추는 듯 보였지만,
그 무게 추는 언제나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한 사람을 희생하면 열 사람이 살 수 있다면,
저울은 주저 없이 희생을 선택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한 명이 아니라,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저울이 재판하는 도시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
언제든 자신이 희생될 차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벤담의 도시였다.
세 번째 저울은 흔들리면서도 균형을 찾았다.
때로는 법이 아닌 양심이 저울을 움직였고,
때로는 이성보다 감성이 무게를 더했다.
“모든 생명은 이유 없이 희생될 수 없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저울이 재판하는 도시는 혼란스러웠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곳은 시민사회의 도시였다.
나는 세 개의 저울 앞에 서 있었다.
첫 번째 저울은 냉혹했고,
두 번째 저울은 불안했으며,
세 번째 저울은 불완전했지만, 사람 냄새가 났다.
나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위에 내 선택을 올려놓았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