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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계동길

22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by 나바드

늦겨울 밤, 계동리의 창가에는 노란 불빛이 잔잔히 스며들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재촉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이곳만큼은 여전히 따뜻한 공간이었다.

주인장은 조용히 바 뒤에서 잔을 닦으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오늘도, 계동리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쌓일 것이다.


1. H건설사의 새로운 프로젝트,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

문이 열리며 오경식, 최준혁, 최소진이 들어왔다.
그들은 평소보다 더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리로 향하는 동안, 말이 없었다.
주인장은 자연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오늘은 뭐로 할까요?”


경식이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소주 한 병 주세요.”


그가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던 소주를 주문하자,

주인장은 조용히 병과 잔을 내려놓았다.

준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소진이 잔을 채우며 덧붙였다.


“근데, 이 프로젝트…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경식이 잔을 들며 말했다.


“책임이 크죠. 우리가 설계하는 건물이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의 삶에 영향을 줄 테니까요.”


그들은 조용히 잔을 부딪쳤다.

주인장은 잔을 닦으며 말했다.


“책임이 크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경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낫네요.”


그들은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2. 계동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형제

그때, 문이 열리며 형제 두 명이 들어왔다.

나이는 비슷해 보였지만, 묘하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둘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주인장은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오늘은 어떤 날인가요?”


형이 조용히 말했다.


“…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에요.”


동생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우린 자주 싸웠어요. 성격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형이 잔을 흔들며 말했다.


“근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이라는 게 꼭 같은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동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도,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돌아오잖아요.”


그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3. 김민석과 최소현, 가까워지는 거리

한참 후, 문이 열리며 최소현이 들어왔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잠시 후, 김민석이 기타를 들고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오늘도 오셨네요.”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편해서요.”


김민석은 기타를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저번에 써주신 메모 덕분에,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녀는 흥미로운 듯 물었다.


“정말요?”


그는 기타를 조용히 튕기며 노래를 시작했다.


“우린 같은 공간에서,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어쩌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을지도 몰라”


최소현은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노래를 들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번졌다.


4. ‘계동리 사람들’ 노트에 남겨진 흔적

그날 밤, 한 손님이 조용히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 줄을 남겼다.


“우리는 변하는 것들과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간에서 만나고 있다.”


주인장은 노트를 덮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속에서도,

이곳은 언제나처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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