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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병아리 Feb 01. 2023

선물 같은 당신, 감사합니다

당신은 내게 기적입니다

  이상하게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치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마음이 끌렸다. 보는 순간 막무가내로 빠져드는 사람, 선생님은 그런 분이다. 목소리와 말투에서부터 '아! 이분은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반가워요.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만나려고 여러 번 매칭될 뻔하다가 안 됐나 보다 내가 처음이라 서툴고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부족하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 주세요. 우리 잘 지내봐요~”

  커피숍에서 처음 만난 날, 내 두 손을 맞잡으시며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매운 거 좋아하고 입맛이 천상 우리 식구네 아들만 둘이어서 딸이 하나 있으면 했었는데…. 다 키운 남의 집 귀한 딸을 내가 얻은 기분이네요~” 하시며 내 손을 꼭 잡고 토닥이신다. 

  창피해서 말씀은 못 드렸지만 ‘저도 어머니가 한 분 더 생겨서 너무 좋아요.’ 속으로만 읊조렸다. 


  운동을 다니고 싶었지만 혼자 산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아 무슨 희망 사항처럼 ‘산책하고 싶다.’라고 생각만 했었다. 그런 나의 간절한 희망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저녁마다 집 앞을 한 시간씩 걸었다. 주말에는 공원으로 수목원으로 과일이나 김밥, 샌드위치 등 간식거리를 준비해 자연을 느끼러 소풍을 간다.


  “이 꽃은 안개꽃 같이 생겨서 쪼그마한 흰 구슬 같은 꽃들이 엄청 많이 폈어요.”

  “길가 나무에 백일홍이 많이 피어 있어요. 분홍색인데 백일 동안 피고 진다 해서 백일홍이라 부른대요.”


  “어머 이 꽃은 노란색인데 잎이 넓고 너무 예뻐요, 향도 엄청 좋아요. 한번 만져보세요~” 그러고는 사진을 찍어 검색한 후 꽃 이름도 알려 주신다. 


  “이 예쁜 꽃들을 우리 아가씨도 볼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더운데 같이 걷고 운동하느라 고생했어요. 함께 시간 보내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메시지 속에 따듯한 마음을 꼭꼭 눌러 담아 내가 해야 할 말들을 선생님이 먼저 전송해 주신다. 


  우리 선생님은 ‘정리의 신!’ 깔끔이 여사님이다. 웬만한 정리수납전문가 강사들 못지않다.

이불장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나름대로 그냥 접어서 뒤죽박죽 넣어 놓았더니


  “내가 이불집 하는 사람한테 배웠는데 이렇게 길게 접고 양쪽을 접은 다음에 반으로 탁 접으면 예쁘게 정리할 수 있어요” 하시며 이불 개는 법을 알려 주시고 말끔하게 이불장을 척척 정리해 주셨다. 

  공간 활용도는 높으면서 옷이 덜 구겨지도록 빨래 개는 법과 서랍장 정리하는 법도 알려 주셨다. 


  여름일수록 더 깨끗해야 한다고 더운 여름에도 매번 불 앞에서 수건이며 행주며 걸레를 뽀송뽀송 까슬까슬하게 삶아 주시고 티셔츠도 칼같이 다려 주신다. 


  “손등은 어디서 긁혔니? 다리는 또 어디서 부딪혀서 그래….”

  “내가 와서 하면 되는데 그새 빨래를 다 해서 널어놨네.”

  “설거지하다가 그릇이라도 깨지면 다쳐서 안 돼, 화장실 청소하다가 미끄러워서 넘어질라…. 위험한 건 되도록 하지 말아요. 다친다, 어려운 일은 내가 다 하면 되니까 우리 공주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내가 할 일도 남겨 놔야지. 출근해서 일하는 것도 힘들 텐데 집에 와서까지 힘들게 하지 마. 하지 마.” 하시며 아침저녁으로 바닥이며 창틀을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고 반짝반짝 청소를 해 주신다. 


  “빨래도 열 맞춰서 꼼꼼하게도 널어놨네.~ 어째 이래 빨래를 야무지게 개노. 수건 개는 것도 내랑 똑 닮았네.”


  “혼자 힘으로 대학공부도 하고 좋은 직장도 있고 기특해라, 대단해요.”

  “세상에…. 안 보이는데 옷도 어찌 이리 색깔 맞춰서 잘 챙겨 입을까.”


  “인터넷으로 주문도 척척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고, 소리만 듣고 핸드폰도 능숙하게 잘 만지고. 이렇게 예쁘고 밝고 똑똑한데 너무 안타깝다.”


  “키도 똑같고 성격도 비슷하고 유별나게 깔끔한 것까지 어찌 이래 내랑 비슷한지 모르겠네요.”

  “내가 우리 아가씨 보면서 많이 배워요, 사람은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열심히 살다 보면 안 되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활동 보조 일이 처음이신 우리 선생님은 내 행동 하나하나가 다 예쁘고 신기하다 하신다. 우리 선생님은 언니와 내가 제일 예쁘고 똑똑한 시각장애인인 줄 아신다. 왜냐하면…. 아직 여성시각장애인을 우리 둘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_^ 


  “사무실 직원들이랑 나눠 먹어요. 지금도 잘해 주지만 같이 나눠 먹고 잘 지내야 우리 공주 더 잘 챙겨주지.”     

  첫 월급 받은 기념으로 따끈따끈한 삶은 달걀 한 판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내 품에 안겨 주셨다. 이런 게 엄마의 마음일까? 달걀 온도만큼 내 마음도 따듯해졌다. 


  심지어 내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꽃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해하는지 등등…. 친어머니보다 나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알고 계신다. 


  “가도 되죠? 더 할 거 없죠?”라고 물어보는 예전 선생님들과는 달리 지금 선생님은

  “뭐 더 도와줄까요? 더 필요한 거 없어요?”라고 물어봐 주신다. 


  활동 보조 일이 처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너무 능숙하고 완벽하시다. 차를 탈 땐 한 손은 문을 잡게 하고, 한 손은 차 천정을 짚게 하여 머리가 부딪치지 않도록 알려 주시고, 마트에서는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에 발이 걸리지 않도록 늘 내 발을 먼저 본 후에 이동을 하신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주사를 맞고 온 날에는 세 시간에 한 번씩 전화를 해주시며 내 몸 상태를 점검해 주시고, ‘밤이든 새벽이든 아프면 무조건 전화해요.’ 하시며 내 몸을 나보다 더 걱정해 주셨다. 


  선생님은 잠시도 시간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여성회관에서 기타 연주와 합창 연습에 참여하시고, 그 재능을 이용해 요양원으로 복지관으로 단원들과 20년째 봉사활동을 다니신다. 


  아침에 출근을 도와주신 다음, 산으로 공원으로 걷고 또 걷고 운동을 다니신다. 틈날 때마다 중국어와 한자 공부를 하시고, 뜨개질도 하신다. 꾸준히 무언가를 배우고 남을 위해 헌신하시는 모습이 참 멋지다. 늘 긍정적 활력이 넘치는 분이어서 함께 있으면 그 힘찬 기운이 내게로 흘러들어와 나까지 밝고 화사해진다. 


  나는 내가 부족한 게 참 많은 사람,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늘 불평, 불만투성이였다.  


  늘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안타까워했으며, 내가 가진 많은 것에 감사할 줄 몰랐다. 그런데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대단한 사람,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아끼고 대해주니 이제부터라도 생각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니까 지금보다 더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더니 선생님은, 꼼짝도 하지 않고 인상을 쓰고 있는 내 마음을 활짝 웃도록 변화시켰다.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큰언니처럼, 때로는 의사처럼 늘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한 사람이 내 곁에 선물처럼 나타나 참 든든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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