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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병아리 Mar 27. 2023

택시 안에서

시각장애인은 어떤 문화생활을 할까?

  요즘 소극장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연극을 관람했다.

  대형 경기장이나 벡스코 등 내로라하는 이름난 공연장에서 관람하는 콘서트와 뮤지컬 공연도 물론 좋지만,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관람이 가능한 작은 공연장도 꽤나 매력이 넘친다. 


  행동 보다 배우들 간의 대사가 주를 이루는 연극은 굳이 화면해설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인 내가 관람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세 편의 연극 중 이번에 본 연극이 제일 감동적이었다.

  앞부분은 코믹으로 시작해, 중간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후반부에는 슬픈 반전이 있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연극이었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고 나도 코끝이 찡해 왔다. 


    - 연극 택시 안에서 줄거리

  쾌활하고 유쾌한 택시 운전사 민수 그리고 하영과 소희 두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

  남들 다 하는 연애는 시작도 못 해본 연애 고자 하영 남들 다 하는 연애가 왠지 뜻대로 되지 않는 소희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 


  마구 떠들고 싶지만 분명 스포가 될 테고 아직 관람하지 않은 분들에게 누가 될 테니 줄거리는 이쯤 해 두겠다. 


  소극장 공연은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생동감 있는 관람을 할 수 있어 좋다. 마지막에는 출연 배우들과 기념 촬영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예쁘게 입고 갈걸... 



  무대 위에 오르내리는 시간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 보다는 오래 걸릴 테니 잠시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발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천천히 오셔도 괜찮습니다.”

  배우 분들은 차분하고 친절하게 나와 내 안내자를 기다려 주셨다. 


  그런데 주인공 목소리가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아저씨 혹시 몇 주 전 ‘해바라기’ 공연에 출연하신 분 아니세요?”

  낯가림도 심하고 소심한 내가 부끄럼을 무릅쓰고 질문을 던졌다. 


  “네, 맞습니다! 그때도 보러 와 주셨군요.”

  “네, 지난번에도 너무 재미있게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보러 와 주세요, 그럼 또 뵐게요.”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눈 뒤, 서로 기분 좋게 웃으며 공연장을 나왔다.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괜히 친근감이 들었다.

  배우 분들도 시각장애인을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는 건 아마 내가 처음이겠지,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공연장을 찾게 된다면 그땐 그들도 나를 기억하겠지? 


  ‘나는 할 수 없어’,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에 갇혀 좌절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발전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에 노력 없이 주어지는 대가는 없으니까.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을 창피해하거나 두려워 말자, 이제는 주눅 들거나 회피해서도 안 된다. 집안에만 웅크리고 있는 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며 그런다고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자, 하루에도 수십 번 상처받고 깨지는 인생, 한 번 더 상처받고 다치는 게 뭐 그리 두려운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좇으며 살면 되는 것이다.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내가 먼저 바뀌어야 세상이 변화된다.   나 자신부터 생각을 다르게 가지고 하나씩 노력해 나간다면 느리더라도 분명 세상은 조금씩 변화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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