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랑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한 번쯤 찾아오기 마련이다.
내게도 숨 쉬기조차 버거울 만큼 참담했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어찌할 새도 없이 검은 먹구름 덩어리가 인생의 전부를 옴짝달싹 못하게 휘감아 왔던 그런 때가….
새벽 내 방 안에 오도카니 앉아 매일같이 울고 또 울었다. 고요한 새벽이 불안했고, 다가올 아침이 견딜 수 없이 두려웠다.
째깍대는 시곗바늘은 쉬지 않고 육중한 무게로 나를 짓눌러 왔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떨어지는 꽃잎처럼 몸과 마음이 시들어만 갔다. 나란 존재가 사라져 갔고, 끝이 없는 깊고 캄캄한 동굴 속으로 숨고만 싶었다.
그렇게 내 마음이 어둠 속에서 한없이 부서져 내리고 있을 때 별빛처럼 그녀가 내 인생 속으로 살며시 스며들었다.
목소리가 맑고 말씨가 참 고운 사람, 그만큼 마음씨 또한 따듯한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음성에는 힘찬 에너지가 넘쳐났고, 언제나 밝은 빛이 그녀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런 그녀 덕분에 나는 차츰 생기를 되찾아 갔고, 다시 일어나 웃을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합창부에서 배운 노래를 소녀처럼 고운 목소리로 불러 주고, 기타 학원에서 배운 연주를 녹음해 메시지로 전송해 주며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B형 여자, 두 바퀴를 돌아 다시 만난 띠띠동갑의 범띠, 지나치게 깔끔한 성격, 거기에 키와 몸무게까지 모녀지간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우리는 너무도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저녁마다 한 시간씩 산책을 하며 많은 대화도 나눈다.
오늘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이나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던 일, 다음번에는 나와 함께 가 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포함해 주위의 풍경이나 계절의 변화들도 한 폭의 그림처럼 설명해 준다.
“해가 흩어지지도 않고 동그란 모양 그대로 반쯤 넘어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 해가 길어지는 걸 보니 벌써 봄이 오려나 봐요.”
“목련이 하얗게 피었네요, 예쁘다! 앞으로 우리 아가씨 인생도 이렇게 화사한 봄이면 좋겠어요.”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는 걸로 보아 곧 비가 쏟아지려나 봐요.”
이렇게 그녀의 눈을 통해 계절의 바뀜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환하고 선명하게 들여다본다.
“하늘에 별이 참 예쁘다, 오늘따라 유난히 별이 많네. 이렇게 예쁜 하늘을 나 혼자만 보고 있으려니 우리 아가씨한테 미안해서 어쩌죠.”
그 마음이 맞잡은 두 손을 통해 내게로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누군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벅차고 행복해 눈물이 고여 왔다.
바다의 눈물에 함께 울어주는 사람, 파도의 한숨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태양의 쓸쓸한 뒷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사람,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이제 나는 다가올 아침이 설레고 저물어 가는 해가 아쉽다. 이렇게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매일매일을 눈부시고 행복한 날들로 채워가고 있음이 더없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하겠지만 이 단어보다 더 제일인 말을 저는 알지 못하기에 사랑 한 스푼을 듬뿍 담아 당신께 띄워 보냅니다.
내 곁에서 때로는 눈이 되고 때로는 손과 발이 되어 햇살처럼 빛을 뿌려주시는 당신, 나를 나보다 더 생각해 주시는 당신, 당신과 함께여서 저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게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