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시절에 있었던 일]
"오늘 재밌었다. 그치? 이제 슬슬 일어나 볼까?"
김쿼카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응 재밌었어. 근데 좀만 더 놀다 가면 안 돼?"
“나 집에서 가족들이랑 저녁 먹기로 했어… 담에 또 놀자!”
시무룩한 얼굴로 박비버와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하는 쿼카
친구와 더 놀고 싶었던 걸까?
아니다. 집에 가기 싫으니까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 가장 변한 걸 하나 꼽으라면 김쿼카는 집의 불편함을 말할 것이다. 집에서 일하면서 이 동물의 방은 사무실 겸용이 되었다. 방에서 쉬면서도 일을 하는 컴퓨터와 책상은 함께였고 퇴근 후에도 일 생각에 온전히 쉬기가 어려워졌다. 마치 퇴근했지만 퇴근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재택근무를 하면 지옥철도 없고 늦게 일어나도 되고 좋을 줄 알았는데 하루를 온전히 일과 함께하는 것 같았다.
컴퓨터를 천으로도 가려보고 가림막으로도 막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누가 꼭 마법을 부린 것 같이 이 공간이 숨 막혔다.
이 답답한 마법에 대한 해독약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어느 날 이 동물은 동튜브에서 영상을 보다 흥미가 생겨 실링 왁스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촛불에 알록달록한 왁스를 녹이고 마음에 드는 인장을 찍는 것. 쿼카에게는 쏠쏠한 재미가 되었다. 또 어느 날은 친구에게 양파마켓으로 산 오일 파스텔로 엽서를 그리며 마음의 평화를 얻기도 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시작한 작은 취미 생활은 일하고 쉬기만 하던 공간을 조금씩 재미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하나의 의미만 더했을 뿐인데 다른 곳이 된 것만 같았다. 방에 있어도 더 이상 숨 막히지 않았다. 해야 할 재밋거리들이 이 동물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김쿼카는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을 기다린다.
‘일 끝나고 박비버한테 줄 엽서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애써 업무 마무리를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