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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Jul 28. 2024

마주하기 힘든 문제를 마주했을 때

이 동물은 오늘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것이 바로 대.형.사고 라는 것을 말이다. 왜 이렇게 등록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잘못되어 있었다. 심지어 해당 건이 종결된 후에 문제를 확인한지라 더 막막했다. 보고를 드려야 하지만 그조차 무서웠달까


머릿속에서는 벌써 퇴직 권고를 받는 것까지 이어졌다. 애써 정신을 붙잡고 보고를 올리기 위한 준비를 한 쿼카. 밤새 걱정에 뒤척이며 아침이 오지 않기를 빌었다. 결국 오고만 출근 시간 9시. 시간이 되자 바로 연락을 드렸다.


메시지 옆 1이 사라지고 질책하는 답장이 올까 했지만, 더 두려운 게 왔다. 핸드폰 화면에 상사의 연락처와 이름이 뜬 것이다. 김쿼카는 사색이 된 얼굴로 눈을 딱 감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팀장님...”


“넵 쿼카님. 다름이 아니라 공유 주신 거 보고 연락드렸어요. 메신저로 전하면 자칫하면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아 네... 우선 정리하여 보고 드린 내역이 현재 상황까지의 과정이고 파트너사에 확인 공유까지 드린 상태입니다."


이제 혼나겠다는 생각에 동물의 심장은 가속페달을 밟은 거처럼 뛰기 시작했다. 무거운 마음에 손도 조금씩 떨려왔다.


그런데 팀장님의 반응은 놀랍게도 의외였다.


“잘하셨어요. 쿼카님.”


“네?!”


동물은 어리둥절한 듯 대답했다.


그러자 평온한 상사의 답이 이어졌다.


“쿼카님은 하실 수 있는 부분을 다 하셨어요.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죠. 그 부분은 파트너사가 먼저 신경 쓸 부분이고 문제가 있으면 관련 부서랑 다시 이야기해서 지급하면 되는 부분이에요. 왠지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서 전화로 드렸어요.”


 쿼카는 팀장님의 반응에 조심스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화를 잘 마치고 멍해진 동물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주하기 두려운, 마주하기 힘든 문제를 정작 마주했을 때 생각보다 괜찮을 수 있다고 말이다. 상상도 못 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레짐작하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쿼카는 작은 깨달음과 함께 다시 원래의 속도를 찾은 마음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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