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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Aug 04. 2024

한 동물의 승진 날

“쿼카 주임님 승진 축하드려요~~!!"


오랜만에 사무실에 출근한 날. 모니터 하단 메신저가 울렸다. 동기의 연락이었다.


영문 모를 표정으로 쿼카는 빠르게 메신저를 보낸다.


"원숭님 안녕하세요:) 저 아직 사원인데요. 혹시 승진 결과 떴어요?”


“넵!! 저희 진급 대상자 공지 올라왔어요. 축하드려요. 주임님"


얼떨떨한 표정으로 결과를 확인한 이 동물은 이내 밝은 표정으로 동기들과 연락을 나눴다. 이후 다른 동료들의 축하와 함께 웃으며 퇴근을 준비한다.


그러나 지하철을 탄 김쿼카의 표정은 아까와는 사뭇 다르다. 기쁨보다는 뭔가 심란한 얼굴이다.


사실 이 동물은 고민이 많았다. 입사 전엔 2년 일하고 이직하는 게 목표였으나 다른 곳으로 떠나기엔 준비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계속 이곳에 있으면서 주임이라는 직급으로 승진하기에도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주임이면 사원일 때보다 회사에서 기대하는 바가 더 클 텐데.. 난 아직 그대로인걸’ 


김쿼카는 나직이 속으로 읊조렸다. 


버스에서 내리고 편의점에 들러 수입 맥주 하나와 과자 한 봉지를 집은 쿼카. 터벅터벅 집으로 향한다. 도착해 씻고 자리에 앉아 맥주캔을 까본다. 


“타-닥”


‘앞으로 어떡하지’


마음이 복잡해진 쿼카는 손에 든 캔을 들이켰다. 이직을 급하게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이직한다 해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여기서 이만하면 충분했다는 마음 없이 그만둔다면 다른 곳에 가서도 미련이 남을 거야.'


'내게 너무 과분한 자리 같으면 더 노력하지 뭐. 진짜 부족했으면 날 승진 시켰겠어' 


이 동물은 그렇게 이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앞날 미래보다는 우선 지금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한층 편해진 마음으로 쿼카는 맥주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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