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물은 신호등을 보며 문득 현재하고 있는 동화 서비스 회사를 잘못 온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빨간 불인 신호를 보지 못하고 잘못 지나간 것처럼 말이다. 일을 하면 할수록 쉬워질 줄 알았는데 숙련되기는커녕 헷갈림과 서투름 투성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잘못 선택한 걸까.
“띠띠띠띠띠 초록 불입니다. 양옆을 잘 살피고 지나가 주세요.”
멍을 때리던 김쿼카는 신호등 안내음에 고개를 들고 길을 지나간다. 오늘 하루 동화사의 항의 메일과 윗선의 지시에 기운을 다 뺀 동물은 얼른 쉬고 싶은 마음에 집으로 가는 걸음을 서둘렀다.
김쿼카에게는 취업 당시 기적처럼 3가지 길이 나타났다. 첫 번째는 지금 하는 어른 동화 서비스 관련 업무, 두 번째는 자격증 출판사 고객 상담직, 마지막은 은퇴를 앞둔 어른 동물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일이다.
하는 일, 월급, 커리어 방향 뭐 하나 같지 않기에 더 고민이었다. 출근 여부를 답해야 하는 시점은 다가오나, 많은 생각 속에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만 간다. ‘어떤 길이 내 인생의 나은 선택지지..’ 김쿼카는 결국 결정하지 못해 주변 동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학당의 오딱따구리쌤은 소식을 듣자 이렇게 말했다.
"이직과 앞으로 진로를 생각한다면 고객 상담직을 추천해. "
친구 양기린의 의견은 달랐다.
“나라면 급여가 높은 재취업일! "
김쿼카는 고민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란 생각에 어른 동화 서비스 업무를 선택했다. 이때 동물들이 제시한 빨간 신호를 따라야 했을까. 요즘은 만약 다른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어느 때와 같이 산책하다 의자에 앉아 신호등을 건너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김쿼카. 하루 끝 12시에 가까워지자, 신호등은 꺼졌다. 그때부터 동물들의 선택이 곧 신호등이 되었다. 차가 오면 잠시 기다렸다 가고, 차가 없더라도 상황에 따라 나중에 길을 건너기도 했다. 신호등이 없어도 괜찮았다.
‘선택이 정답일 때 누군가 신호등처럼 선택의 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선택에 따라 진짜 초록 불과 빨간 불의 의미는 결국 달라질 수 있구나 ' 김쿼카는 그렇게 작은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