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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Jul 07. 2024

지하철을 나서는 동물 로봇들

[신입 시절에 있었던 일]

이른 아침. 해도 고개를 내밀지 않는 시간 김쿼카는 버스에서 내려 잘 떠지지 않는 눈으로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동물들은 어둡고 두꺼운 옷을 껴입은 상태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곧 도착 안내음이 울리고 그들은 일제히 올라탔다.


누군가는 잠을 자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하며, 누군가는 멍을 때리고 있다. 아침의 지하철은 고요하다.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 몇 정거장을 지나도 지하철의 보이는 풍경은 비슷했다. 동물들의 얼굴에는 설렘은 없다. 굳이 찾자면 피곤함이 가득할 뿐.


"이번 역은 대나무 디지털, 대나무 디지털단지역입니다."


드디어 김쿼카가 내릴 역이다. 디지털 단지인 만큼 100개가 넘는 회사가 몰려있는 곳.


이 동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승차객도 이곳에서 하차한다. 역사에는 수많은 이들과 테트리스를 하듯 계단을 오르는 소리만 울린다.


문득 뒤를 돌아보다 이 동물은 모두가 로봇이 된 것 같다 생각했다. 각자의 목적지가 설정되어 지하철에서 에너지를 비축하고 일제히 자동으로 내려 일을 수행해 내는 로봇. 마치 그런 존재가 된 것만 같았다. 

표정도 옷도 같은 동물들은 각자의 회사로 향한다. 김쿼카도 그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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