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결혼 24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순이 Jul 18. 2024

결혼의 3요소, 동거-혼인신고-결혼식

결혼 생활에 결혼식이 필수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생에 한 번쯤 이런 이벤트를 맞이하는 것도 꽤 괜찮은 일 같다. 부모가 없거나 혹은 부모와 사이가 안 좋다거나, 친척들과 의절했다거나, 도저히 결혼식에 부를 사람들이 없다거나, 하는 이유로 결혼식을 꺼려할 수도 있다. 정 여건이 되지 않으면 생략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결혼식이 가능하다면 한 번쯤은 해보자는 입장이다.


신랑 신부가 함께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추억과 대화거리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사진이 남아서 좋고, 나중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들려주고 보여줄 옛 이야깃거리도 생기는 것이니 여러 가지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이 결혼식이라는 장치가, 적어도 과거에 만나다가 헤어진 연인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요즘은 결혼식을 하지 않고 동거만 하면서 지내는 커플들도 꽤 있는데, 함께 살 때는 부부와 다름없이 지내다가 막상 헤어지고 나면 과거를 숨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만약 이혼을 했는데, 그걸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숨기면 문제가 되지만, 동거 후 이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말하지 않으면 그만, 이라는 생각들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동거가 사실혼 관계나 다름없어 보이는데, 그들은 이미 헤어진 마당에 서로의 관계를 그다지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동거가 어떻다 저떻다 라는 말이 아니라, 결혼식도 하지 않고 살다가 어느 날 마음이 변해서 헤어지게 된다면 과거에 만나다 헤어진 다른 연인들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부부가 되겠노라 공표하는 자리를 가진 사이니만큼, 사회적 시선도 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한몫할 것이고,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책임감도 공표하기 전보다는 조금 더 클 것이다. 애초에 그렇게 평생 관계를 유지하고자 마음먹은 사람과 여기까지 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결혼식은 정 하기 싫고 또 할 여건이 안 되면 생략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으면 해 보면 좋다는 입장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뭔가 잘 해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나와 남편이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이 결혼식이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았기에 만족스럽다.


앞서 얘기했듯이 혼인신고는 결혼식 전에 미리 해뒀고, 살림도 진작에 합쳤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3요소, 즉 동거, 혼인신고, 결혼식까지 모두 잘 끝냈다. 이제 우리는 이 사회가 부부라고 말하는 사이가 됐다. 앞으로 부부로서 서로 의지하며 잘 한번 살아보겠다. 살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나나 남편 중 누구 하나가 서로 간의 신뢰를 깨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죽을 때까지 이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어보기로 하자. 살면서 여러 풍파가 올 수도 있겠지만, 부디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