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왕님께, 단비를 내려주소서

기우제

by 소극적인숙


빛이 사라지고 암전이 될 때,

어둠이 서서히 밀려와 우리를 삼킬 때.

그러나 그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이 보일 때,

우리는 그 빛의 진가를 알 수 있다.


홀로 어둠을 밝히려는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다가오고, 다시 또 한 사람이 모일 때.

그들은 불씨가 되어 빛을 내어 밝히려 한다.

최소한 그들의 영혼이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서,

여기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어둠이 두렵다.

시력이 좋지 않고 난시가 있어, 어둠 속에서는 형체를 구분하기 어렵다.

상상 속의 보이지 않는 괴물과 마주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어둠이 나를 잠식할까 봐, 내 가족들을 삼킬까 봐.

홀로 식은땀을 흘리며 싸운다.

나도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

나에게도 그 빛이 있을까.


이 두려움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오래전 인간 모두가 품어온 감정 중 하나일까.


거센 폭풍이 휘몰아친다.

때로는 바다의 노여움과 성난 땡볕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제를 올린다.

지아비와 아이의 무사한 밤을 위해.

몰래 작은 부적을 베개 밑에 숨겨두고 잠든다.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어둠을 몰아내고 그것이 빛이 되기를.


누군가는 그것을 미신이라 부르고,

맹신이라고 욕했지만 나는 그 마음을 안다.


지난여름 강릉의 가뭄 상황의 심각한 소식을 들었다.

폭염과 가뭄의 장기화가 지속되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이 중단되었다.

여러 곳의 피해가 늘어나자 긴급 대응 중이다.


하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물 부족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나의 조상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 생긴 일이다.

갑자기 선산(先山)은 괜찮은지 걱정이 들었다.


일부 시민들은 비가 내리길 간절한 마음에 기우제까지 지냈다.


대관령산신, 대관령국사성환을 향해

"천지신명께 간절히 비나이다."


강릉 안목해변, 남항진 해변을 잇는 솔바람다리 위에서 용굿을 한다.

"용왕님이시여 단비를 내려주소서."


물론 과학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라도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이다.

오래된 신화가 내려져온다.

그 믿음은 빛이 되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것에, 누리던 것에 귀함을 알았다.

그저 구원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신의 이름으로 불리든, 조상의 이름으로 남았든.

세상을 고칠 수만 있다면.

구원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작은 빛을 계속 지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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