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추석 연휴 특집으로 '소방관' 영화가 TV에 방영했다.
남편이 보다가 그대로 TV 끄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갔다.
곁에 있던 딸과 아들은 거실을 지나가며, 힐끗거렸다.
처음 본 장면에 눈을 떼지 못하며 긴장된 표정을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본 장면은, 무너진 돌과 흙더미에 깔려 구조를 기다리는 장면이었다.
그 영화를 다 볼까 하다가, 결국 나는 보지 않았다.
P는 소방과 관련된 영화나 행사 등이 있으면 나에게 꼭 공유를 하며 반응을 살폈다.
모두가 감동했다는 그 영화 '소방관'.
영화관에서 보는 내내 울컥했다며, 그는 사무직만 하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봤다고 얘기했다.
한때 SNS에는 눈물의 후기와 감동의 리뷰가 꽤 많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많은 사람들이 현재 소방관의 처우를 비교해 갔다.
고인이 된 그분들과, 현직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찾기도 했다.
'소방관'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 이후로 P는 여러 번 나에게 말했다.
"이번에 소방관 영화가 나왔다는데 이건 진짜... 꼭 봐야 해"
"응? 아... 그래?"
"뭐냐, 왜? 보기 싫어?"
"아냐, 봐야지. 언제까지인데?"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가, 남편은 혼자 봤고 나는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안 보기로 마음을 먹고 지나간 거다.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장면들은 극적이고 눈물겹다고 얘기들 한다.
나도 '소방관' 영화가 채널을 돌리다가 나오면, 잠깐 멈추고 살짝 보기도 했다.
하지만 도저히 끝까지 볼 엄두가 안 났다.
'왜? 그건 감동이 아니라 나에게 공포야.'
'그걸 억지로 눈물 짜내면서 봐야 해? 나는 일상이 그런데...'
나를 희생하고 누군가를 구해낸다는 건, 숭고한 정신을 넘어 어떤 누군가에는 '감동'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 '감동'이 '공포'다.
언젠간 내게도 닥칠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감동'을 굳이 찾아서, 스크린에서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평화롭게 잘 지내다가 싶다가도, 어떤 날은 비상전화가 울리고 문자가 오고 간다.
단톡방에서는 계속 상황을 공유하고, 남편은 응소를 하며 뉴스를 틀고 휴대폰을 열어 기사를 찾아본다.
사실 진짜 눈물은 극장 밖에서 더 많이 난다.
그 아픔을 매일 견뎌내며 살아가는 유족도 있고,
가슴에서 떠나보내지 못해 실감형으로 만들어진 영상과 사진으로 인화를 하며, 묵묵히 버티는 사람들도 있다.
감정은 진짜겠지만, 현실은 훨씬 더 잔인하다.
감정을 끌어내서 눈물을 만들게 하는 요소들을 보면, 필요하기도 하고 때론 불필요하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그 영화를 보지 않는다.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 거 아니냐고 묻는 P에게 난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영화가 이미 내 삶이라 생각 드는 순간, 현실은 그보다 훨씬 무거우니깐.
정말로 더한 감동 또는 슬픔을 배로 느끼고 싶다면.
유튜브 '소방청 TV'에 채널을 구독하고 보면 된다.
그중에서도 '인사이드 119' 또는 '기억복원소'라는 문구가 들어간 영상을 보시기를.
아마도 눈물샘이 될 거다.
감동은 영화 속에 묻어두고,
나는 현실을 더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어떤 엔딩이 올 지도 모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