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은 당신 옆에 있어요.

by 소극적인숙

일 년이 지나고 반깁스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오른쪽 발에 새로운 반깁스를 했다.

주변 분들의 반응이 참 다양하고 재미있었다.


1. "아니... 어쩌다가 다쳤어요?"

2. "어머나! ㅇㅇ엄마! 무슨 일이야! 지난번에 다쳤던 그 발이야?"

3. "아이고, 또 다시 아픈 거예요?"

4. "왜 또 아파... 왜 이리 자주 아픈 거야."


나는 각각 질문에 대해 성실히 답을 하며, 내 의견도 보탰다.


"제가... 나이가 들었나 봐요. 언니들이 해주셨던 말들이 이제야 이해가 가더라고요. 마흔이 되면 그렇게 자주 다친다던 그 말이요."


작년 9월 1일, 길을 걷다가 뒤에서 달려오던 전동킥보드에 치여 사고를 겪었다. 부위는 왼발 아래쪽과 가까운 아킬레스건.

운 좋게도 끊어지지 않았고, 뼈에 멍이 은 통증 때문에 반깁스 생활을 하며 치료했었다.




그리고 올해 9월, 병원 내원 후 3주 차에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첫 진료는 엑스레이상 골절이 안 보인다는 견을 받았다. 혹시라도 MRI로 발견하지 못했던 걸, 볼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남겨뒀다.

나는 처방약을 먹으며 1주일을 지켜봤다.

하지만 2주 차 진료일이 다가올수록 통증은 그대로였다. 나는 P에게 내 발가락을 다시 보여줬다.


"여보, 여기 좀 봐줄래? 이상하게 아직도 아파. 보통 어딘가에 세게 부딪치면 멍이 들거나 피가 나야 할 텐데... 난 그런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아프지?"


"글쎄... 내가 의사도 아니고.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는데? 병원에서는 뭐래?"


"엑스레이상으로는 이상이 없다는데... 골절은 안 보인다고 했어."


"병원 다시 꼭 가보고.. 그때 봐야지 뭐. 계속 아프면 다른 병원 진료도 한번 더 봐"


2주 차가 되자 새끼발가락 주변이 붓기 시작했다. 발가락이 제 기능을 못하니, 보상반응으로 버텨온 발은 또 다른 통증을 가져왔다.

3주 차가 되어도 대로라면, MRI 촬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3주 차가 왔다.

걷거나 까치발로 잠깐 올릴 때, 체중을 싣고 낮은 자세로 앉을 때, 특히 통증이 심했다.

자연스럽게 아픈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선생님은 심각하게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초음파 볼게요."


침대에 올라 두 다리를 쭉 뻗었다.

아픈 부위를 기계로 문지르며 초음파를 보다가,

"어?" 하는 선생님의 소리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한참을 초음파로 살펴본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미세골절로 보여요. 보통 뼈는 이렇게 둥글거든요. 그런데 아픈 부위를 보면... 움푹 들어가 있죠? 피도 좀 고였어요."


"아..."


"아직도 반깁스 하는 거 불편하세요?"


"선생님 할게요. 해야죠."


사실 반깁스를 못하겠다며, 불편해서 테이핑으로 버텨왔다.

그리고 골절 진단을 받고 3주 차에 반깁스를 했다.

그렇게 한 주를 잘 견디고 지낸 뒤, 4주 차가 되었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바로

"아직도 아프면 MRI에 핀까지 박을 수 있어요."

무서운 말을 듣고 나는 잔뜩 긴장을 했다.


깁스를 풀고 손가락으로 다친 부위를 눌러보는데 통증이 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지난주만 해도 움찔거리고 "악 으악" 소리를 냈다면, 이제는 악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선생님은 다행이라며 좋아져서, 다음 주에 어떤지 한번 더 진료 보기로 했다.

대신 최대한 발 쓰지 말고, 까치발도 하지 말도록 당부하며 남편분에게 도움을 받고 지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아휴... 그랬으면 진작 나았쥬."


그 얘기에 선생님이 피식 웃었다.


"네... 네... 큭... 그래도 그... 잘해보세요. 발 쓰면 정말 안 돼요."


"에휴 그나마 반깁스 해서 덜 쓰긴 해요."


나는 감사 인사를 마치고 진료실을 나왔다.

동네 엄마들은 나를 보며 왜 이리 참았냐고, 독하다며 기괴한 걸 본 듯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지곤 했다.

뼈에 금 간지도 모르고 다녔다며, 많은 위로와 걱정을 해주셨다.


다시 나는 "작년에 다친 그 발 아니에요." 멘트를 무한반복하며 이야기했다.

"아이고 그 발이 다시 아픈 거죠?" 하는 말에

"새로 다친 거예요... 하... 하... 하..."

앵무새처럼 대답하고 다녔다.

다쳐도 꿋꿋하게 다녀야 한다.

난 소방관 아내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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