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군 May 19. 2024

막화

연재를 마치며

과연 내 이야기에 누가 귀를 기울여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봐주셨다. 그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다.


그리고 글이 주는 미묘하고도 진한 어떤 이어짐은 분명 적지 않은 힘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살아오면서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나의 비밀들을 풀어놓으니 그야말로 '삶의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물론 아직은 우울증이 씻은 듯이 나은 것도 아니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현재를 담아 올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상담과 의사의 처방도 분명 도움이 되었지만, 한 번도 내 인생을 정리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번 기회가 남달리 귀했던 것 같다.


남들이 사이비종교라 부르는 이상하고 독특한 종교의 틀 안에서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과 가정폭력의 교과서를 보여준 침울했던 가정까지 뭐 하나 평탄했던 하루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이곳에 털어놓으니 순식간에 긴장이 풀려버렸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어떤 전우애? ㅎㅎ 같은 걸 느끼게 되어 적지 않은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내 그릇에 무언가를 더 담기엔 과거의 일들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어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한 회, 한 회 글을 써 내려가면서 과거를 여기에 두고, 나는 현실 세계에서 힘을 내는 과정을 반복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모든 과거가 과거로 남진 않겠지만, 그래도 머리가 훨씬 덜 시끄럽게 된 느낌이다.


혹여나 마음이 많이 아프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처 없이 무언가를 계속 써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아, 이미 다들 작가님들이라 괜한 말일수도 있겠다) 어느 정도 에너지가 올라오신 분들은 (강제성이 있다면 더 꾸준할 수 있으니) 브런치 연재를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댓글이 없어도 하트가 많지 않아도 충분히 속이 시원하고 괜찮더라.


삶은 계속해서 견디기 어려운 일들을 하나 둘, 투척해 줄 거다. 그때마다 나는 또 괴로울 수 있지만, 예전보다는 덜 흔들릴 것 같은 미세한 안심이 든다. 그래, 어떤 일이 있던 괜찮아. 충분히 괴로운 후에는 조금씩 무뎌지겠지. 


자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제적인 자립이다. 정신적인 자립이 조금씩 되고 나니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 진 거다. 


우울하신 분들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 해보다가 안되면 방향을 틀 수 있겠지만, 일단은

도전해보고 싶다. 우울뿐만 아니라 마음이 여리신 분들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데 불안하고 걱정도 되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만큼 무라도 베어야 할 것 같다.


연재 초반보다 지금 나의 수익은 아주 조금 늘어난 상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던 시절보다 지금의 나에 훨씬 만족한다. 남들에 비하면 아직 보통의 월급만큼도 안되지만, 켜켜이 쌓아가다 보면 프리랜서 활동도 자리가 잡히겠지 싶다.


앞으로 브런치에 무언가를 또 끄적이는 날이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따듯한 곳이라 종종 찾게 될 것 같다. 이제는 글을 쓰러 오기보다는 글을 보러 오갈 듯..





마지막으로

15회 차를 올리는 동안 부족한 저와 함께해 주셔서 구독해 주신 분들과(아래 리스트) 스쳐 지나가신 분들 모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여러분들 덕분에 뒤로 가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기에...^^


강가 님

류귀복 님

시인과 아나운서 님

히키코모리 K선생 님

전희정 님

Sunshine 님

율성휘 님

심플리파이어 한성희 님

최경식 님

문학 평론가 청람 김왕식 님

강산 님

오렌 님

밤작가초아 님

배윤식 님

일곱가지의 기쁨 님

박은영 님

호연지기 님

은율 님

홍은진 님

함문평님


모두 편안한 올해, 별 탈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시길요...!!


지금도 우울증의 늪에서 열심히 견뎌내고 계신 분들이 계실 텐데, 부디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시길 바라고 또 바란다. 토닥토닥 : )


감사합니다!!


이전 14화 우울증 환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