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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도 Oct 29. 2022

바쁘다 바빠

출국까지 48시간


거짓말처럼 보들이의 행선지는 캐.나.다.로 결정됐다. 


다만 아직 입양은 아니고 캐나다 현지 임보처가 결정된 것 같았다. 현지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금방 입양을 가니 여기서보다 가족을 찾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수요일 아침 비행기라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48시간뿐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기적 같은 일에 감격할 겨를도, 헤어짐을 아쉬워할 시간도 없었다. 우리에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캐나다는 입국할 때 하네스와 목줄을 이중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전 잘 빠지지 않는 새 하네스를 사두길 잘했다. 목줄 역시 머리가 잘 빠지지 않는 일명 마틴게일형이어야 해서 급하게 검색해 목줄과 추가 리드줄을 구매했다. 보들이가 안에서 앉고 설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의 대형 켄넬도 필요했다. 전부 내일까지 도착해야 했으므로 쿠팡 로켓배송으로 재빨리 주문했다. 


오후에는 연계병원으로 가서 종합백신과 광견병 예방주사를 추가로 맞혔다. 심장사상충 검사까지 마친 후 백신 스티커를 받아왔다. 보들이가 캐나다로 간다는 소식에 수의사 선생님도 감격스러워하셨다.


다음날은 로켓배송으로 온 물건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목줄과 리드줄은 무사히 도착했다. 켄넬도 그 자체는 문제없었다. 다만, 당연히 같이 올 줄 알았던 물병과 물그릇이 빠져 있었다. 찾아보니 어떤 곳은 주고 어떤 곳은 안 주는 듯했다. 빨리 오는 곳은 켄넬만 주는 곳이었던 것이다. 그래, 물병과 물그릇쯤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을 거야. 


오후에는 용인 검역소에 가야 했다. 예전에 보리와 바비는 오후 비행기라서 잘 몰랐는데, 오전 비행기는 전날 검역소에서 검역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보들이를 태우고 용인까지 달려갔다. 중간에 길을 좀 헤매기는 했지만 약속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구조자님이 검역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과 검사. 그리고 또 기다림과 서류 준비.


구조자님이 마침내 내일 이동봉사팀에 전달할 서류를 건네주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진짜 내일이 떠나는구나. 서류를 고이 챙겨 가방에 넣었다. 


아직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보들이에게 마지막 저녁식사를 챙겨주고, 켄넬을 조립했다. 켄넬에는 배변패드를 5장쯤 넉넉하게 깔아 두고, 보들이의 애착담요를 넣어줬다. 마트에서 겨우 구한 물병을 케이블 타이로 고정하고, 크기가 적당한 플라스틱 그릇을 물그릇 위치에 고정했다. 궁여지책이었지만 맞춘 것처럼 딱 맞았다. 


48시간 만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 빠뜨린 게 없는지 여러 번 체크하고, 켄넬은 튼튼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제 공항으로 가는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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