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소유율에 대한 집착이 어떻게 경제를 망칠 수 있는가?
주택 소유는 많은 선진국에서 경제 성장과 안정성의 핵심 지표로 선전되어 왔습니다. 주택 소유가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촉진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습니다.
주택 소유는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촉진할까요?
G20 국가 중 한국의 자가 소유율은 56.1%로 18위입니다. 아래 통계 결과만 봐도 자가 소유율과 경제적 안정 및 성장과는 크게 관계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 안정성과 성장률이 좋지 않은 러시아가 자가 소유율 1위고, 모든 지표에서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독일과 스위스의 자가 소유율이 꼴등입니다.
높은 자가 소유율이 경제에 주는 악영향
높은 자가 소유율은 크게 4가지 이유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첫째, 주택시장에 대한 과잉투자로 이어져 주택 거품과 그에 따른 경제 침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0년 초반부터 미국은 주택 소유를 촉진하기 위해 수많은 정부 정책과 인센티브를 시행했습니다. 안정적인 중산층을 만들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정책 의도였지만, 과도하게 자가 소유율을 늘리려는 정책은 2008년 금융 위기를 촉발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정책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는커녕, 주택 거품과 글로벌 경제 붕괴를 초래했습니다.
둘째, 높은 주택 소유율은 유동성이 낮은 비효율적 주택 시장을 만듭니다. 유동성이 낮은 비효율적인 주택 시장은 거래를 어렵게 만들고 주택을 현금화하기 어렵게 만들어 노동 유동성에도 영향을 줍니다.
셋째, 높은 주택 소유율은 노동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위해 이사할 가능성이 적을 수 있으며, 이는 노동 자원의 비효율적인 할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택 소유를 촉진하는 것은 경제 성장과 안정성에 더 중요한 다른 영역에서 투자를 감소시킵니다. 부동산에 많은 자금이 묶여있는 것은 경제의 생산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은 더뎌지고 경제는 역동적인 힘을 잃게 됩니다.
자가 소유는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개인적인 목표가 될 수 있지만, 높은 주택 소유율이 반드시 경제의 안정성과 성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자가 소유율이 낮은 스위스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스위스는 전체 인구의 42% 정도만 주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다수의 경제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디벨로퍼에게 저렴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또한, 임대료 인상 제한, 집주인의 적정한 생활 조건 제공을 위한 의무, 임차 보조금 등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 상승률은 타국 대비 매우 낮습니다. 임대인의 권리를 우선하는 영국과 임차인의 권리를 우선하는 스위스의 주택 가격 상승률을 비교하면 정부 정책이 주택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자가 소유율 65.2% vs. 스위스 42.3%)
한국의 자가 소유율도 G20 국가 중 높은 편은 아닙니다. 정부는 자가 소유율을 높이기 위해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주택 담보대출 공제)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주택 보유를 촉진해 왔습니다. 그러나, 주택 소유에 대한 집착과 주택 소유를 촉진하는 정부 정책은 득 보다 실이 많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주택시장입니다. 스위스가 추진한 강력한 임대 시장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임대 시장은 사람들이 주택 소유에 수반되는 재정적 위험 없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택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주택 소유가 경제 성장과 안정의 열쇠라는 일반적인 믿음은 미신에 불과합니다. 주택 소유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은 금융 불안과 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주택·노동 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들어 경제를 둔화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