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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Jan 28. 2024

10대가 무서운 이유.


올해 초, 나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했다.

나는 계약서를 쓰며 한 번 더 공인중개사에게 물었다.

"근처에 중, 고등학교 없죠?"

"하하하. 여러 번 물으셔서 확인해 봤는데, 없어요."

그렇게 이사를 온 집 근처에서 교복 입은 학생 여럿을 오늘 봤다.

그들이 해를 끼친 것도 없는데 나는 자연스레 코앞에 집을 두고 멀리 돌아왔다.




교복….

허리 40인치, 남방 3XL의 내 교복은 본가 아주 깊숙한 장롱 속에 있다.

잊지 못할 나의 악몽 같은 추억과 함께.

인천 제물포역 근처에 선인재단이란 곳이 있다.

선인재단은 여러 학교가 모여있는 곳인데 여중, 여고부터 남고와 대학교까지 있었다.

학교가 모여있는 만큼 많은 학생으로 제물포역 주변은 붐볐다.


특히 등교 시간, 내가 타는 2번 버스는 교복 입은 학생들로 늘 가득 찼다.

버스 문이 열리기 힘들 만큼 사람들은 끼여서 탔고, 그 와중에 작은 틈으로 자기 몸을 욱여넣어

어떻게든 버스에 타는 대단한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내가 타려면 2명의 자리는 필요했고, 나는 만원 버스에 나를 밀어 넣을 엄두를 못 냈으니까.

버스는 정차했지만 이미 문 앞에 낀 사람들은 나를 보며 

" 다음 차 타요." , "자리 없어요." 외치기도 했다.


우리 학교는 8시 10분까지 등교해야 하고, 집에서 학교까지 20분 거리.

나는 매일 정류장에 7시 30분쯤 도착했지만, 늘 지각했다.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 모두 탄 버스에 내가 탈 자리는 없었다.

결국 나는 6시 반, 해가 뜨기 전, 사람이 적은 버스를 타고 

7시에 열리는 교문 앞을 서성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일찍 등교한 이유는 비단 버스뿐만은 아니었다.

비슷한 등교 시간, 나는 질이 나쁜 중학교, 고등학교 일진들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

한눈에 띄는 내 덩치는 그들에게 아침마다 장난치기 좋은 놀잇감이었다.

등 뒤에서 들리는 다른 학교 학생들의 야유와 비웃음.

그들은 자주 내 등에 껌을 뱉거나 우유를 뿌렸고, 종종 대범하게 내게 다가와

실내화 주머니를 빼앗아 담벼락 뒤로 넘겼다.

그리고 돼지가 치마를 입었다며 쿵쿵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그리고 한참 나이가 많은 그들에게서 나를 돕지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내 학교 친구들은 그저 수군대며 내 옆을 지나갔다.

그때, 노래 20곡이나 넣을 수 있는 아이리버 128메가 MP3가 함께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무것도 못 듣는 척, 이어폰을 끼고 나는 등에 붙은 껌도, 잃어버린 실내화 가방도

무시하고 교실로 향했다.



지옥 같은 6년을 보내고, 나는 많이 변해있었다.

누군가의 귓속말이 내 얘기일지 신경 쓰이고, 내가 민폐가 될까 사람 눈치를 끊임없이 봤다.

그리고 나는 그 뒤로 10대가 무섭다.

지금 내가 마주치는 학생들은 내게 껌을 뱉지도, 욕을 하지도, 아무 관련도 없지만


나는 그냥 10대가 무섭다.


10대란 나이가 얼마나 천진난만하고, 

잔인한지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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