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뭔가 될 거 같았다.
단기간에 살이 빠지니 의지도 생겼다.
100% 현미밥과 다양한 나물, 쌈 채소, 두부를 곁들인 건강한 식단은 갈수록 꽤 괜찮았다.
처음에 소름 끼치던 풀 맛이 이제는 고소하고, 맛있게 느껴졌다.
찐 양배추의 단맛, 아삭한 오이의 시원한 청량감.
내 입맛이 나를 배신하고, 죽어도 싫다던 표고버섯도 올리브유에 구우니 맛있단다. 나 원 참.
봄이 되면 두릅이 나왔다.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데친 두릅을 나는 가장 좋아했다.
일주일만 한다던 식단은 한 달로, 한 달은 6개월로 차차 익숙해졌다.
그리고 먹는 음식이 달라지니까, 몸도 달라졌다.
한결 가벼워졌을 뿐만 아니라 지독한 변비도 사라졌다.
채소가 독소 배출에 정말 좋은 건지 피부는 날이 갈수록 빛이 났다.
당연히 아픈 허리도 나았다.
허리통증이 나아지니 삶의 질이 좋아졌다.
누워도 안 아프고, 걸어도 안 아프고, 화장실에 가도 안 아팠다.
게다가 다이어트는 더 성공적이었다.
건강한 풀이 가득한 식단은 내 몸에서 무려 40kg을 없애버렸다.
크크...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고, 대단하다.
물론 가끔 다시 자극적인 음식이 생각나고, 한 번씩 배달 음식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어쩔 수 있나, 몸이 확 달라졌는데 소처럼 풀이나 먹어야지...
풀 덕분에 살이 빠지니 내 의지도 예전과 달랐다.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오르는 시간이 행복했다.
하루, 일주일, 열흘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계 숫자는 계속 내려갔다.
130kg 시작한 내 체중이, 처음 99kg 두 자리로 바뀐 날,
내 마음에 아주 큰 종이 울리듯, 웅장한 떨림을 느꼈다.
눈물이 났다.
살이 빠지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지하철에서 민폐 될까 봐 못 앉던 의자도 편히 앉을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정원초과 알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리에서 군것질하면 사람들이 쳐다볼까 봐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옷가게에서 옷을 봐도 점원이 눈치 주지 않는다.
그리고 매일 아침, 거울 앞 나를 보고 한숨 쉬지 않아도 된다.
나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었다.
식단만 하던 내가 조금씩 산책을 다녔고, 그러다 운동도 관심이 생겨서 헬스를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하니 살이 더 잘 빠지고, 몸은 더 건강해졌다.
내 체중은 어느새 85kg까지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