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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타일 Feb 04. 2024

내 생애 첫 다이어트

20대가 되었다. 

상큼하고, 예쁜 나의 20대는 130kg으로 시작했다.

사실 내가 초고도비만이 그냥 되었을 리 없다.

나는 움직이기를 가장 싫어했고, 음식을 가장 좋아했다.

특히 나는 어릴 때부터 햄버거, 피자, 라면, 콜라 등 살이 찌는 음식을 좋아했다.

거의 매일 인스턴트를 달고 산 덕분에 나는 성인이 돼도 편식이 심했다.

채소나 나물은 질색하고, 두부나 마늘, 버섯도 먹지 않았다.

비빔밥을 먹을 때면 비빔밥 속 콩나물과 계란후라이만 남기고 남은 나물은 다 골라냈다.

편식하니 살이 찌고, 살이 찌니 몸이 무겁고, 몸이 무거우니 더 움직이기 싫었다.

뫼비우스 띠처럼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살은 갈수록 쪘고, 건강은 무너졌다.




사실 나는 그동안 다이어트에 딱히 생각이 없었다.

같이 노는 친구도 없고, 오롯이 집, 학교, 집, 학교인 내 일상에 유일한 먹는 즐거움까지 뺏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평생 안 할 거 같던, 주변에서 아무리 들들 볶아도 듣지 않던 내가 130kg을 넘긴 어느 날,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 어느 날은 이유 없이 허리가 너무 아팠다. 

일어나도 아프고, 누워도 아팠다.

화장실에서 힘도 못 줄 만큼 아팠다.

병원에 갔더니 허리 디스크가 터졌단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내 심각한 허리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몸이 살 빼라는데 어쩌겠어. 살려면 빼야지.'

결국 태어나서 처음, 내 의지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오로지 건강, 건강을 위해서였다.


나의 다이어트 결심에 엄마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엄마가 바빠서 내가 망가진 것 같다며 죄책감이 크던 엄마였다.

엄마는 앞으로 날 위한 식단을 준비해 준다고 하셨다.

엄마는 시장에서 채소를 가득 사 오셨다.

그리고 온종일 다듬고, 무치고, 만드셨다.

내가 먹을 요리를 하면서 기뻐하는 엄마 모습, 오랜만이라 낯설다.


엄마가 만든 다이어트 식단은 대단했다.

몸에는 좋겠지만, 내가 평생 싫어하던 음식뿐이었다.

100% 현미밥과 함께 시금치, 냉이, 등 이름은 다르지만 내 눈에는 다 같은 쓴 풀 맛이 나는 반찬뿐이었다.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쌀밥과 달리 현미밥은 입에서 꺼끌 거리고 씹어도 씹어도 딱딱했다.


풀떼기 반찬은 또 어떻고.

맛도 쓰고, 냄새도 쓴데 양념까지 죄다 간장 아니면 소금 베이스였다.

나물은 치즈나 케첩, 이런 걸로 맛 좀 못 숨기나….

무슨 나물을 먹어도 죄다 "짭짤한 풀 맛"일 뿐이었다.

온종일 맛있는 음식 생각이 간절했다.


고소한 치즈가 쭈욱 늘어나고, 기름진 페퍼로니가 잔뜩 올라간 피자부터

짭짤하고 달콤함이 끝내주는 달짝지근한 돼지갈비까지….

당장 집 밖으로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허리가 아프다. 밖에 못 나간다.

덕분에 일주일을 꼬박 씁쓸한 풀떼기와 꺼끌 거리는 현미밥을 먹었다.

그런데 일주일 뒤, 무슨 일이야 이게? 


일주일 만에 4킬로가 빠졌다…? 허리도 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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