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미 40kg이 넘었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뚱뚱한 초등학생이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보면 순수하게 놀리기 좋아했으니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급식 시간이면 아이들은 내 식판에 음식이 얼마나 담기나 살펴보고
놀려댔다. 물을 뜨러 간 사이, 내 식판을 치워버린 날도 있었다.
차라리 원망할 사람이 한 명이면, 욕이라도 퍼부을 텐데.
이름,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다수의 놀림이었다.
분명 내가 받은 상처는 선명한데
가해자가 떠오르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나는 학교에서 애들에게 시달리고, 부모님은 동네 어른들에게 시달렸다.
잘 나가던 엄마의 미용실은 늘 동네 어른들로 북적거렸다.
그리고 손님들은 엄마에게 나에 대해 한 마디씩 말했다.
"아니, 원장님.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딸을 저렇게 두면 어쩌려고 그래~
관리를 해줘야지."
평소, 바쁜 엄마는 가족을 챙기지 못한다며 미안해했다.
그런데 내가 살이 찐 뒤로 자신이 엄마 노릇 못해서 내가 이 지경이 되었다며 더 큰 죄책감에 시달렸다.
엄마는 미용실에서 다이어트에 좋다 하는 정보를 알음알음 모았다.
돼지감자 가루부터 양파 우린 물, 계피차까지….
초등학생인 나는 쓴맛만 나는 물을 안 마시겠다며 도망을 다녔고,
엄마는 나를 어르고 달래서 한 잔이라도 더 마시게 했다.
엄마는 한동안 열심히 돼지감자, 양파를 우려서 내게 주었지만 나는 여전히 퉁퉁한 초딩이었다.
포기를 모르는 엄마는 인천 차이나타운 근처에 유명한 한의원이 있다며 나를 데려갔다.
벌써 30년쯤 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난다.
눈이 매서운 사마귀를 닮은 한의사 선생님….
선생님은 나를 옆으로 앉히고 장미 가시보다
작은 침이 달린 스티커를 귀에 붙이기 시작했다.
아파서 울 정도는 아니지만 짜증이
날듯한 따끔거림이 계속되었다.
선생님은 양쪽 귀에 쉬지 않고 침 스티커를 붙이며 말했다.
"배가 고플 때마다 스티커를 누르렴. 그러면 배가 고파지지 않을 거다."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은 내 귀를 열심히도 눌렀다.
퇴근한 아빠도 한 번 누르고,
오빠는 내게 장난치려고 누르고,
엄마는 내가 눈에 띄면 눌렀다.
온종일 가족들은 내 귀만 보며 내 식욕이 사라지길 바랐으나….
식욕은 사라지지 않았고, 나는 슬슬 화가 나고 서러웠다.
이제 엄마 손이 얼굴 가까이만 와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물이 왈칵 흘렀다.
나는 애원했다.
"엄마, 밥을 먹은 건 입인데, 왜 귀를 혼내? 귀는 잘못이 없잖아."
"..."
일주일쯤 지났을까,
엄마는 귀 침을 모두 제거했다.
내가 엄마를 보면 도망가는 모습에 학대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귀 침을 뺀 뒤, 아빠와 라면을 먹으며 생글생글 웃는 내 모습을 보고,
쟤는 살 빼기 글렀다고 엄마는 생각하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