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이가 가고 벌써 몇 주가 지났다.
계속 미남이 물건을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미남이가 먹던 약은 당장 버리고, 아직 깨끗하고 비싼 옷과 집은 유기견 센터로 보냈다.
그리고, 남은 흔적이 오래된 미남이의 옷과 이불.
자주 오줌을 지려 노래진 이불이 남았다. 이제 정리하자며 쓰레기봉투에 몽땅 넣어 집 앞에 놓았다.
그러나 나는 밤이 되기 전, 문밖에 버린 쓰레기봉투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져왔다.
함께 보낸다던 편지도 다 쓰지 못했다.
어느 날은 녀석에게 잘 마무리해서 보내고 싶고,
어느 날은 이제 네가 없는데 다 무슨 소용이냐며 편지를 버렸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시원섭섭하지?"라고 물었고,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맞다. M씨와 내게는 어떤 자유 같은 게 생기긴 했다.
이제 우리는 불침번을 서고, 돌아가며 쪽잠을 잘 필요가 없다.
새벽마다 짖는 소리에 깨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침이면 5알쯤 되는 약과 피하 수액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차에 패드, 응급약, 높은 식기 등 많은 보따리를 실어둘 필요도 없었다.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들어가는 병원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돈의 여유가 생겼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늦잠을 잘 수 있었지만, 자꾸 잠에서 깼다.
늘 짐이 가득했던 차는 깨끗해졌지만 더는 차가 필요 없었다.
나는 3n년을 살면서 가장 나와 가까웠던 생명을 보냈다.
나는 미남이를 사랑했고, 미남이 때문에 힘들었다.
홀로 외로운 날, 미남이를 안으면 유일한 반쪽처럼 사랑했고,
밤새 아픈 미남이를 돌보며 처음 희생을 배우며 힘들었다.
* 30회 연재 횟수가 끝나서 불가피하게 2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