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던 날
집으로 오다가
길바닥에 죽어 있는 게를 발견했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 말고
탕이나 찜에 들어가는 수중생물 '게'
게는 오래 전에 죽었는지
많은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바싹 말라서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게 되어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어째서 이 게는
만리타향까지 와서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을까
여기서 제일 가까운 바다는
인천 앞바다인데
그나마도 가깝다고는 할 수 없고
게가 옆으로 걷는 속도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오려면
몇 달, 아니 몇 년은 걸릴 테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육상에서 어떻게 먹이활동을 했을까
처절하게 산 넘고 물 건너
여기까지 와서 결국 생을 마감해야 했던
게의 죽음이 슬펐다
시라도 하나 뽑아내어 헌정해야겠다
시를 쓰자, 시를.
그리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지나
바로 근처에 중앙시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