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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을 Oct 21. 2023

하수다운 고수

고수를 동경했다. 고수는 말이 없이 고요히 존재함으로서 가르치고 증명했다. 커리어가 안정되어갈 무렵엔 가능할 법도 싶었으나 결혼하고 육아를 하다보니 고수의 길은 멀어져갔다. 배우자의 역할도, 며느리의 역할도, 엄마의 역할도, 거기다 세 아이의 엄마도 어느 하나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이가 크면 늘 새로운 숙제가 당도해있었다. 나이가 든만큼 가족에게는 늘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했다. 이것들과 고군분투하다 보면 나는 늘 실수 투성이이에 하수였다.


첫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우리는 한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지인 찬스였다. 아이는 원래 혼자서도 피아노를 잘 쳤지만 가르침을 받기 시작하자 일취월장했다. 나는 더뎠고 때로 좌절했다. "잘 안돼. 넌 어떻게 그렇게 하는 거야?" 딸에게 물었다. 딸이 답한다. "그냥 하는 거야. 나도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치만 하다 보면 다 되던 걸." 단순하지만 진리다. 딸은 알고 있었다. 이 태도야 말로 고수가 아닌가. 


몇 년 사이 나는 많은 것들을 새로 배우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있다.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학교 학부모회 활동을 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졌다. 친구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팟캐스트 녹음을 한다. 명백히 하수로서의 삶을 자처한 것이다. 더없이 즐겁다. 번잡하고 산만한 일상이지만 생생하다.


하수는 배우고 새로운 일이 도전한다는 증거다. 하수는 그러므로 해당 분야의 고수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우는 삶의 태도에서는 고수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오늘도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새롭고 재미있는 일이 없나 찾는다. 줌바 댄스, 수영도 배우고 싶고, 책도 쓰고 싶다. 고수가 될 수 있을 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우는 태도에서는 고수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당신도 하수인가요? 꾸준히 하면 고수가 되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배움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삶의 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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