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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Dec 18. 2022

즐겁게 도전했으니 후회는 없어 ~!!!

도도의 인생마법

 

 고3으로 올라가던 시기에 전 학년에 파란을 일으킨 두 명이 있었으니, 그중에 한 명은 난데없이 연극영화과를 가겠다고 한 도도 씨였고, 또 한 명은 아무 예고도 없이 발레를 전공하겠다고 선언한 해달씨였습니다.

 도도 씨가 연극영화과에 지원하기에는 평범한 얼굴이었던 것처럼, 해달 씨는 발레에는 맞지 않는 체형이었습니다.

 보통 발레를 전공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유치원생 나이 때부터 시작하고 체형도 가느다랗고 팔다리도 길쭉길쭉했었으니까요.

 하지만 해달 씨는 고3 올라가기 전에는 단 한 번도 발레를 배워본 적이 없고, 체형도 큰 편이라 모두가 어리둥절했었죠.

 주변의 만류에도 단호했던 해달 씨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열정적으로 발레를 익히고 연습하고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친구들도 평상시에 무언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해달 씨가 자신의 모든 걸 다 짜내어 도전하고 부딪쳐가는 모습에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일 년이 흘러 시험을 보았고,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불합격이었습니다.

 그 파란의 겨울이 끝나갈 무렵, 도도 씨는 해달 씨의 집에 놀러 갔었고, 방문에 걸려있는 매우 낡고 닳아버린 토슈즈를 보았습니다.

 그때 도도 씨는 그동안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걸 물어봤었어요. "너 발레를 갑자기 왜 했던 거야? 아쉽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 하고요.

 "왜는 없어. 뭔가 꿈이라던가 거창하게 생각했던 건 아니야. 어릴 때부터 발레를 해보고 싶었었어. 근데 난 어렸을 때부터 체형이 이래서 한 번도 말을 꺼내지 못했었지. 근데 정말 해보고 싶었었거든. 이대로 졸업하면 두고두고 평생 마음에 남을 것 같아서 시작했었어.

 내가 발레복을 입고 연습하면 비웃는 시선이나 모멸감도 느꼈지만 그래도 발레를 하는 그 순간들이 너무 즐겁고 좋았어. 내가 살면서 이렇게 발레를 할 수 있는 때는 이때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최선을 다했고 그 시간들을 열심히 즐겼어. 이제는 후련해. 후회는 없어."
해달 씨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촌스런 밍크담요를 덮고 귤을 까먹으며 노을이 비치는 창문 사이로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방문에 걸린 낡은 분홍빛 토슈즈를 바라보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가끔 친구의 방문에 길게 걸려있던 그 토슈즈를 생각하곤 합니다.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결과와 상관없이 그 순간들을 마음껏 즐겼던 청춘의 표식, 생의 한 페이지를 분홍빛으로 물들였던 마지막 소녀시절의 훈장을요...

 이루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다면 실패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모든 걸 내던져 후련하게 도전했던 시간들이, 그 기억들이 우리 인생의 한 단락을 반짝반짝 빛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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