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소설 '람세스 2세'를 읽으면서 이집트 파라오의 권력과 정치적 갈등, 아내 네페르타리를 향한 사랑 등이 정말 재미있었다. 6년 전에 이사하면서 언제 다시 읽을까 싶어 버렸는데 이번 이집트 여행을 결정하고 나니 무척 아쉬웠다. 그렇다고 다시 중고서적을 사서 읽자니 굳이 싶어서 유튜브 시청으로 대신했다
신왕국 제19왕조의 전성기를 이끌며 이집트 영토확장에 큰 공을 세웠던 람세스 2세의 거대 석상이 누워있는 멤피스에 갔다. 멤피는 상하이집트의 행정도시이자 최초의 제국도시 그리고 고대 이집트 왕국의 수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도시이다. 람세스 2세 석상이 있는 멤피스 박물관을 방문했다.
람세스 2세가 신에게서 신성한 왕권을 인정받았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단다. 이집트 왕들의 이름은 상형문자 카르투슈로 기록된다. 카르투쉬는 본래 밧줄 상형문자로, "둘러싸는"라는 의미인데 현실에서 파라오를 둘러싸서 보호하듯이, 파라오의 이름을 표기할 때도 둘러싸서 보호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람세스 2세의 카르투슈도 팔목에 새겨져서 석상의 주인을 알려준다
멤피스 박물관의 람세스 2세 석상은 다리가 많이 파손되어 뉘어서 전시되어 있는데 전체는 약 15미터 정도였을 거라고 한다. 이 석상은 1821년 강에서 엎어진 상태로 이탈리아 고고학자 지오바니에 의해 발견되었다. 물속에 잠겨있던 앞쪽은 원형이 많이 보존되어 있으나 물 밖에 있던 후면은 많이 파손되어 있었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이 석상을 이동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1887년에야 영국 육군 엔지니어인 바그놀드 (Bagnold)가 도르래와 레버를 이용하여 석상을 뒤집어 현재 위치로 옮겼다 (아래 그림 1). 석상을 보호하기 위해 2층 관람석까지 설계된 진흙 벽돌 건물을 석상 주변에 지었고 이곳이 멤피스 첫 번째 야외 박물관이 되었다. 1958년에 고대유물관리국 (the Antiquities Service)는 현재의 건물로 대체했다 (아래 그림 2)
2층에 올라가야 전체 석상을 볼 수 있었다.
한쪽 다리가 앞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니 람세스 2세 생전에 제작된 석상이다. 람세스 2세는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 석상들과 신전을 많이 건설했다는데 이 석상도 그중 하나인가 보다. 이음새 없이 하나의 돌을 이용하여 이 정도 규모의 석상을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니 그 당시 파라오의 권력을 짐작할 수 있다.
2층 관람대에 올라가서 전체를 보니 그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잘 보존되었다면 람세스 2세의 위엄을 더 잘 느꼈을 것 같다
진흙 속에 뭍혀 있었던 상부는 잘 보존되어 있으나 물 위로 나와있었던 등쪽은 손상된 정도가 심하다
하의의 주름과 입술 선 등 조각의 디테일이 섬세해서 돌 조각이라고 믿기 어렵다
전시관 외부에도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서 있다.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람세스 석상보다 디테일이나 정교함은 떨어진다. 이집트 여행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핑크스에는 당대 왕의 얼굴이 새겨진다. 파손된 스핑크스의 앞발을 보수한 상태를 보니 시멘트로 그냥 대충 덮어둔 것을 볼 수 있었다. 소중한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 이집트 후손들의 수준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예전에 우리도 궁전의 기와를 보수할 때 단청을 새 페인트로 깨끗하게 칠하곤 했다. 그 오랜 세월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원래 낡은 그대로의 단청으로 복원을 해야 하는데 "보수 = new"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문화적 수준이다.
(왼쪽) 람세스2세의 입상 (가운데) 스핑크스 (오른쪽) 스핑크스의 파손된 부분을 시멘트로 보수한 모습
50세가 넘어 보니 삶의 지혜나 insight를 얻게 된다. 업무를 할 때,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뛰어다니는 건 하수의 행동이다. 조직의 리더가 되면서 항상 remind하는 것은 "리더는 교향악단의 지휘자"라는 것이다. 지휘자가 개별 악기에 꽂혀 본인이 직접 연주를 한다면 다른 모든 단원들은 손가락을 빨게 된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트레이닝하고 자원 배분을 통해 구성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만 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은 조직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그런 리더들을 많이 봤다.
멤피스에서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을 만나보니 당시의 엄청난 위엄과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18 왕조 최대의 전성기를 이끈 왕. 수많은 왕비들에게 153여 명의 왕자를 탄생시킨 권력을 가진 왕. 90세가 넘을 때까지 살면서 이집트를 이끈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