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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Dec 27. 2024

토북이 이야기(16)

너와 나의 무한한 가능성

  그렇게 한참을 재밌게 아이들과 함께 꽃으로 조형물도 만들고 같이 경주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던 토북이는 문득 자신과 헤어진 오빠가 자신을 찾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모래 구멍에서 빠져나와 지금까지 기어 오는 동안 큰 결승선을 하나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토북이는 즐거워하는 작은 거북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나 아무래도 지름길을 찾아서 또다시 쓸쓸한 경주를 이어가야 할 것 같아." 이에 작은 거북이들이 의아해하며 그녀에게 매달렸다. "왜요, 같이 가면 더 빨리 갈 수도 있잖아요." 이에 토북이는 작은 꽃을 뿌리며 마냥 해맑게 노는 거북이들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살며시 지으며 말했다. "너희는 그렇게 빨리 가지 않아도 돼. 아직은. 아직은 말이지, 주변에 있는 선인장, 꽃잎 하나하나까지 다 살피면서 천천히 꾸준하게 기어가면 되는 거야. 너희는 그 소중함을 간직하고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 그렇게 가다 보면 쉽게 길을 잃지 않을 거야. 너네가 이 사막에서 길을 가장 잘 찾잖아, 맞지?" 이에 다른 아기 거북이 말했다. "당연하죠, 저희만큼 길을 잘 찾는 동물은 없을 걸요?" 이에 토북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나도 한 때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저 앞에 놓인 것들을 꼼꼼히 보면서 호기심도 가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천천히 늦장을 부렸지. 그 시간들이 도움이 됐지만 크면 클수록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그걸 받아들여야지.'

   그녀는 작은 거북이들을 보며 말했다. "나는 한 동안은 이런 행복함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집중할 생각이야. 근데 너희는 아직 그러면 안 돼." 이에 또 다른 아기거북이가 물었다. "왜 안 되는데요?" 토북이는 그 아기 거북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빨리 가다 보면 발이 꼬여 넘어지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하지. 그건 어차피 너희들도 겪게 될 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있는 꿈을 지금부터 접을 필요가 없다는 거야. 희망을 잔뜩 맛보고 난 후에 맞이해도 될 고난이야. 너희한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도 그렇게 행복하게 경주를 해주길 바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면서 정답이 없는 이 경주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거북이로 자랐으면 해. 너무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도 주변 동물들과 너희들을 일일이 비교하며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 각자 자신만의 경주가 있는 거야. 그걸 소중히 여기면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어."

이에 토북이의 다리를 꽉 잡고 있던 아기 거북이가 말했다. "언니는요? 언니는 가능성이 없어요?" 토북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있지. 저마다 다 가지고 있는 거야. 몇 살이 되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해. 하지만 그 가능성이 가장 큰 건 너희들이란다. 내가 너희들 나이에 경주의 본질을 깨달았다면 더 행복했을 것 같아. 하지만 지금이라도 깨닫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 내가 했던 말 꼭 명심하렴."

    이에 한 아기 거북이가 정리를 했다. "경주는 각자 다 가지고 있는 거고, 또, 천천히 가도 되고, 빠르게 가도 되고, 우리만의 작은 결승선을 만들어서 그걸 건너면 나중에 큰 결승선에 우리도 모르게 도착하는 거랑, 또..."

이에 토북이가 이어서 말했다. "주변 동물들이랑 자신을 비교하지 말 것, 그리고 너네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으니까 뭐든 해낼 수 있다는 것." 이에 작은 거북이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한 아기 거북이는 그새 정이 들었는지 토북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힝, 가지 마요." 토북이는 미소를 지으며 아기 거북이에게 말했다. "너희 각자에게 경주가 있듯 나도 나만의 경주가 있단다. 나중에 다시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면 서로 인사하면서 또 같이 가자. 어때? 약속." 그렇게 아기 거북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토북이는 방향을 틀어 오빠를 찾으러 갔다. 아기 거북이들은 토북이가 가는 길의 바람에 꽃잎을 실어주고 있었다. 토북이는 감동의 눈물을 훔치며 미소를 지으면서 또다시 경주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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